[사설]통신업계 지각변동 조짐

 하나로통신의 임시주총에서 뉴브리지-AIG컨소시엄 외자유치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 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LG가 제기한 소액주주 위임장 진위 여부, 주총 진행의 공정성 등 아직 확인해야 할 사항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예정대로 이달말 뉴브리지 컨소시엄이 하나로통신 전체 지분 39.6%를 확보, 11명의 이사 중 5명의 지명권을 갖게 되면 하나로통신의 경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로써 국내 통신업계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국민기업으로 출범한 하나로통신이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가게 된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오는 30일 총 11억달러의 외자가 들어오면 단기유동성 위기에서 일시에 벗어나면서 당장 유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공격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브리지컨소시엄은 하나로통신 투자가 성사된 후 두루넷 인수에 나서는 것은 물론 나아가 통신업계 구조조정에 나름대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만큼 후발 유선통신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KT와의 경쟁에서 미진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LG, 두루넷, 온세통신 등과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외국자본의 힘을 업고 정보통신부 등에 통신시장 유효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비대칭 규제정책,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제도 등 KT와 경쟁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이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나로통신이 이번에 SK텔레콤과 손잡고 LG그룹의 통신사업 구도에 막대한 차질을 주게된 만큼 사실상 LG와 적대 관계로 돌아섰다고 봐야한다. 따라서 LG계열인 파워콤망에 의존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으로선 LG와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두루넷 인수를 놓고 LG와 충돌이 불가피하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도 LG계열인 데이콤과 파워콤이 연합해 총력전을 펼치면 하나로통신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만큼 LG그룹의 앞으로 통신사업 전략이 어떤 식으로 수립되느냐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진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하나로통신이 그동안 증권과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중 하나가 하나로통신 자체 영향력보다 이번 주총에서 확실한 우군으로 자리잡은 무선통신분야의 강자인 SK텔레콤과의 동반관계 정립 가능성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독자 생존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유선통신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이 뜻대로 독자생존과 함께 ‘통신시장 3강의 핵’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LG그룹과의 협력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물론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이 주총직후 곧바로 LG와 다각적인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다행이긴 하다.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지만 하나로통신 문제는 조속한 시일내에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하나로통신이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 계속되면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도 이번 외자유치안 통과가 주요 통신사업자간 극심한 반목과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재할 필요가 있다. 또 국가의 기간통신사업을 외국자본이 좌우하게 됨으로써 합리적이어야할 통신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할 수 없게됐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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