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거품 워낙 커 회복도 더뎌
미국 경제가 전국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는 거북이 걸음 회복에 힘겨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FRB)의 로버트 패리 총재(64)는 지난주 UC버클리대학에서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 연설에서 “실리콘밸리는 (버블 경기의) 타격이 더욱 심하고 또한 다른 분야보다 반등이 느린 하이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회복이 느린 편”이라고 진단했다.
패리 총재는 “특히 하이테크 분야의 고용이 늘지 않고 있다”며 고용 상황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전체) 경제가 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실리콘밸리 지역을 포함하는) 베이지역은 다른 지역만큼 빠른 회복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패리 총재는 하이테크산업의 회복세가 이렇게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 조짐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들의 컴퓨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투자 증가 △벤처캐피털 투자 증가 △주요 하이테크 업체들의 매출 증가 등을 희망의 메시지로 꼽았다.
그 근거로 패리 총재는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은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20%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FRB의 산업생산보고서를 인용하며 컴퓨터와 전자장비 생산이 9월에 1.4%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패리 총재는 “침체 기간중 베이지역 일자리 3곳 중 1곳이 없어졌다”며 “이는 1980년대말과 1990년대초 로스앤젤레스를 강타한 침체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가 성장을 재개하더라도 베이지역 하이테크산업의 일자리 수가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최소 몇년에서 길게는 몇십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내년에 은퇴할 뜻을 밝힌 패리 총재는 지난 1986년 이래로 12개 FRB중 규모가 가장 큰 샌프란시스코 FTB 총재로 재임해왔다.
<코니 박 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