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격차 해소 정책 전시행정에 머무나

 정부의 정보격차해소 정책이 전시행정에 그치고 있어 더욱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기술적 지침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국내 IT기업들의 해외진출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계부처의 철저한 재검토가 시급히 요구된다.

 ◇ 명색뿐인 정보격차해소 시행계획안=정부가 지난달말 정보격차해소위원회(위원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서 최종 확정한 ‘2004년 정보격차해소 시행계획안’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소외 계층을 위해 교육장을 신설하거나 PC를 지원하고 통신이용요금을 경감시켜주는 식의 전시행정적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꼭 필요한 입법계획이나 현재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법안의 개정 등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등이 제정돼 있지만 이의 강제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지침 마련은 이번 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동안 장애인, 노인 등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기된 행자부의 ‘정부기관 웹사이트 작성지침’ ‘행정사무 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KIOSK) 표준규격’, 정통부의 ‘무인정보단말기 구현지침’ 등도 종전과 그대로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보조기구에 정보통신관련제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산자부에 대해 제품 개발시 장애인·노인 등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보편적 설계개념이 반영된 기술표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도 제외됐다.

 ◇미 재활법 508조 고려 없어=미국에서 98년 제정해 2001년 6월부터 본격 시행한 재활법(Rehibilitation Act) 508조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문제다.

 재활법 508조는 연방정부에서 개발, 구매, 유지 또는 사용하는 정보기술은 반드시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조업체, 민간기업, 주 및 지방정부는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IT기업들 대부분은 이 조항과 세부지침이 요구하는 표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연방정부 조달시장이 IT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감안할 때 매우 당연한 조치다.

 실제로 미 연방정부가 구매하는 장비 및 제품은 작년 기준으로 843억달러로 이 중 범용 컴퓨터(7.6%), 통신장비(6.4%) 등 정보기술 관련 제품 비중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이 우리나라 정보통신제품의 새로운 수출 잠재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산자부와 KOTRA조차 508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관계자는 “재활법 508조가 비록 미국 연방정부에 국한돼 적용되는 법률이기는 하지만 관련 연방정부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파급력, 미국의 국가적 입지, 무역통상의 관례 등에서 볼 때 범세계적인 규정으로 발전한 가능성이 있으므로 국내 기업들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부 이성일 교수는 “정보소외 계층을 위한 노력은 기업에는 별도의 투자가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하지 않으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다”며 “미 재활법 508조에 준하는 법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물론 정보격차해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승격하고 횟수를 늘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보격차해소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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