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전자주민증

 전세계적인 전자신분증 도입 확산 분위기가 문명의 이기 활용이냐 프라이버시 보호냐의 문제로 갈등을 겪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각국의 정책 담당자들이 ‘효율성’과 ‘편리성’을 내세워 자국 국민의 생년월일과 건강 번호, 심지어 신용카드 번호 같은 개인의 정보를 전자카드 한장에 담으려 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완벽한 보안이 안되는 현실에서 전자주민카드가 무슨 소용이나”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자주민카드 지지층은 “사생활의 완전한 보호는 다분히 소박한 꿈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환상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선진국 도입 확산=미국은 지난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미증유의 테러 사태 이후 전자주민증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9·11사태 이후 공항 등에서는 얼굴인식 시스템 등 신분 확인용 전자시스템 도입이 늘고 있다. 미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의 건강번호와 신용카드 등 민감한 정보까지 담은 전자신분증 도입까지 모색중이다. 유럽에서 가장 앞선 정보기술(IT)을 자랑하는 영국 정부도 전자신분증 도입에 적극적이다. 최근 BBC 방송은 “영국 정부가 2차대전 이래 거의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의무적인 국민 신분증(ID)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해 주목받았다. 프랑스 정부도 이달초 “오는 2006년부터 전자신분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보안문제를 의식, “공개키기반(PKI) 구조의 인증시스템을 갖춰 정보 유출 문제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도 연말까지 전자주민증 280만장 발급을 시작으로 향후 5∼7년안에 기존 주민증을 모두 전자주민증으로 바꿀 예정으로 알려졌다.

 ◇IT 기업들 ‘새로운 호재’ 반색=첨단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이 적용된 각국의 전자주민증 도입은 IT기업들에게는 새로운 ‘황금광맥’이나 다름 없다. 이에 따라 오라클을 비롯한 대부분의 IT기업들이 이 시장을 막대한 새 수요처로 보고 남보다 먼저 황금을 캐기 위해 각국 정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시장 진출에 팔걷고 나선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은 9·11테러 직후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신원 확인이 가능한 ID카드를 도입하자”며 전자신분증 도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인 스콧 맥닐리도 전자주민증 도입 지지파다. 그는 지난해 한 강연에서 “전자주민증만이 테러와 같은 만행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IBM 등 많은 IT업체들이 찬성 입장에 서서 전자주민증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정보독점 해결 과제=하지만 편리성을 내세운 이같은 전자주민카드 도입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노출과 정부의 정보독점이라는 간단치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전자카드 하나에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모두 담는 것은 보안 기술이 아무리 발달할지라도 조지 오웰이 지적한 ‘빅 브라더 등장’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국은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놓고 사회적·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포스트 헌법학 교수는 “전국민 대상의 전자신분증 도입은 행정 효율을 높이고 일부 범죄자를 적발하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전자카드의 복제나 위조 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는 만큼 빅 브라더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속에서도 행정효율과 생활의 편의성을 내세운 전자주민카드의 도입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을 전망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사지설명:세계 각국이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빅 브라더’의 출현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한 보안 관련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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