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철기자의 IT@JAPAN]안팔리는 인간형 로봇

 지난 8월 일본에 갔다가 와세다대학에 볼 일이 있어 다카다노바바역에 내린 적이 있다. 그때 너무도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려왔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랄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이역에서는 전철의 승차음으로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곡을 사용하고 있었다.

 아톰은 극중에서 2003년 4월 7일 다카다노바바에 있는 과학성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돼 있다. 다카다노바바역은 아톰을 기리는(?) 뜻에서 올 3월부터 승차음을 바꿨다고 한다. 세인들은 와세다대학이 로봇 연구에서 앞서가는 이유가 아톰의 고향에 있는 대학이라서 그렇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톰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아톰의 판권 등을 파는 이른바 ‘아톰비즈니스’가 연간 5000억엔(5조원)에 이른다니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아톰 사랑은 산업계로 이어져 ‘세계 1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국가’ 일본을 만들었다. 1위라고 말하고엔 좀 뭣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형 로봇에 ‘목숨걸고 있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뒤집어 말하자면 ‘언젠가 아톰을 만들겠다’는 일본 과학자의 꿈들이 모여 다소 허황돼 보이는 인간형 로봇 만들기 도전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소니의 로봇사업 책임자인 아마가이씨(48)는 “우리 세대 로봇 과학자들은 어려서 아톰을 보며 큰 세대”라며 “나는 인간의 마음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두 발로 걷는 로봇인 혼다의 ‘아시모’는 어디서 무엇을 하든 톱뉴스다. 아시모는 현재 아톰의 꿈에 얼만큼 다가서 있을까.

 아시모는 지난 8월 21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수행해 체코를 방문했다. 친선대사 자격으로 ‘로봇’이란 단어를 낳은 고향인 체코를 찾았다. 체코의 슈피드러 수상이 주최한 저녁 만찬에 참석해 체코말로 “일본과 체코, 인간과 로봇의 우호를 위해 건배!”를 제창하는 등 한껏 멋을 냈다. 아시모는 샴페인을 한 손에 들고 슈피드러 수상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로봇의 꿈은 이뤄진 듯 보였다.

 그러나 감격한 슈피드러 수상이 두번째 악수를 청했을때 아시모는 이를 무시했다. 아시모가 슈피드러 수상이 맘에 안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2번째 악수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을 나는 아톰과 시속 1.6km로 걸어다니는 아시모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아톰에 익숙한 일반인들의 인간형로봇에 대한 기대치는 이들의 실제 능력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는 인간형로봇이 비즈니스로의 성공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인간형로봇 분야의 최고 기업인 소니조차 이런 격차에 좌절하고 있다. 소니는 일반인 판매를 위해 2족 보행 로봇인 큐리오를 만들었지만 판매 계획은 동결한 상태다.

 소니의 아마가이 씨는 “소비자들한테서 ‘이런, 달리지도 못하네’란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고민한다. 고급 외제차 한 대 가격인 큐리오가 인간의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사실 여기에는 근거가 있다. 로봇의 역사를 다시 쓰게한 애완용로봇인 ‘아이보’는 99년 등장해 2년간 10만대가 팔렸지만 그후 2년간 판매는 3만대에 그쳤다. 인간의 기대치는 올라가는데 아이보의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일본을 제외한 유럽과 미국에선 인간형로봇에 매달리지 않고 ‘써먹기 편한’ 모양으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형로봇에 대한 일본의 외로운 분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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