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TU 텔레콤월드 2003’ 행사가 지난 99년에 비해 참가업체수나 실속면에서 오히려 초라한 모양새로 전락하면서 갖은 뒷얘기와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IT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한 한국 참가단은 물론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고 있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행보는 주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 발표자 사상 최고 수준.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 관련 행사의 세미나·포럼에서 한국 참가단은 역대 가장 많은 수의 발표자를 기록했다. 13일 진대제 장관의 투자전략 기조연설을 비롯, 같은 날 KT 이용경 사장의 기조연설, 15일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의 기조연설을 포함해 총 10명이 공식 콘퍼런스 발표자로 참석한다. 이같은 발표자수는 미국을 제외하면 참여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 IT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현지의 바가지 요금 횡포.
스위스 제네바 현지의 상가·숙박업소가 이번 행사를 즈음해 살인적인 요금으로 횡포를 부리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참관단의 몫으로 돌아갔다. 국내 참관단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당수 참가자들이 제네바 현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은 점이 대표적인 사례. 진대제 정통부 장관조차 당초 제네바 시내 호텔에 예약했다 하룻밤 400만원을 넘는 숙박료탓에 행사장과 1시간 남짓 떨어진 프랑스 동부의 에비앙호텔로 긴급히 옮겼다는 전언. 정통부 관계자는 “장관 일행이 모두 정부 예산으로 나오는 출장비를 써야 하는데 이처럼 살인적인 물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사실상 횡포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행사가 있기 두달여전 제네바 현지 요식업소와 호텔은 행사기간동안 평소의 세배 이상 가격을 올리기로 실력발휘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ITU 유치조인식
13일 오전 ‘ITU텔레콤월드 아시아 2004’ 행사를 부산 벡스코에 유치하기 위한 ITU와 부산시·정통부간의 협약식에서는 축하와 더불어 조인식 참여자들의 복잡한 심경을 반영하듯, 다소 어색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각종 비위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안상영 부산 시장은 물론, 지난주말 내각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출장일정까지 미뤘던 진대제 장관도 국내 사정에 무척 신경이 쓰이는 눈치. 동행한 부산시 관계자는 “국내의 불편한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내 사정일뿐이고 ITU 유치라는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는만큼 이번 행사에 의미를 둬 달라”고 주문했다. 진 장관 또한 당초 지난 11일(현지시각) 제네바에 도착할 예정이었나, 갑작스런 재신임 파문으로 전날 밤 입국하는 바람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IT코리아에 대한 열렬한 구애.
지난 수년간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IT강국으로의 도약에 대한 비결이 무엇인지에 각국의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우리나라 IT산업과 정책을 대표하는 진대제 장관은 개발도상국 정부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구애 대상. 단적인 예가 진 장관과 면담을 약속했다 국내의 내각 총사표 파문에 갑자기 취소요청했던 파키스탄 장관과의 회동. 취소요청을 받은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는 이 소식에 발끈하며 “다시는 한국기업을 상대하지 않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는 후문. 정통부 관계자는 “다행히 하루늦게라도 장관이 방문해 약속대로 면담을 하겠다고 전하자 한국에 대한 엄청난 신뢰를 표시했다”면서 가슴을 쓸었다. 13일 통신산업 투자전략에 대한 진 장관의 기조연설후에도 개도국들의 열렬한 관심이 쏟아졌다. 진 장관은 연설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후진국들이 정보화 선진국인 우리나라에 기금 등 각종 지원을 요청할까봐 일부러 말을 아꼈다”면서 “노하우를 그냥 공짜로 가르쳐 줄 수 없지 않느냐”고 귀뜸했다.
○…ITU 행사유치국 이전 논란.
제네바 현지 업소들의 엄청난 폭리탓에 참가업체들이 급감하자, 드디어 유치국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이탈리아를 비롯, 현재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만도 5개국 정도. UN 등 각종 국제기구가 모두 집중돼 있어 이같은 횡포가 빚어진다고 보는 참가국들은 ITU 유치국을 옮겨서라도 제네바의 횡포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ITU가 UN 산하기구인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부산ITU 유치 조인식 자리에서 동행한 수행원에게 귀엣말로 “ITU가 UN 산하기구인가”라고 다소 생경한 질문을 조용히 던졌다. 그 자리에서 U가 Union의 약자임을 확인하자 궁금증이 났던 모양. 옆에 있던 수행원이 그렇다고 답하자 그제서야 알겠다고 진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IT에 관한한 전문가라도 복잡한 국내 정치사정에 정신을 빼앗긴 눈치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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