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게임 등급심사 `무원칙`

표적 심사로 "업계 길들이기"비판 거세

 게임 등급을 심사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원칙없는 등급 판정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의 상용화 버전에 대해 베타버전과 별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베타버전의 15세 판정가를 번복하고 ‘18세 이용가’ 판정을 내려 영등위 등급심사가 `업계 길들이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본지 10월 4일 1면 참조

 영등위는 10일 “리니지2의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의 선정성이 높아지고 플레이어킬링(PK)를 당하면 아이템이 드롭되는 점이 문제돼 18세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니지2를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영등위가 이번 판정기준이 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PVP와 캐릭터 사망시 아이템 드롭문제가 베타 버전과 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약화됐다”며 영등위의 판정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게임업체들도 “영등위가 문제삼은 캐릭터의 선정성 문제도 15세 판정을 받은 국내 다른 온라인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다 각종 문화 콘텐츠의 등급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그동안 의혹으로만 제기됐던 ‘표적 등급 심사’가 아니냐”고 비난하고 있다.

 영등위는 지난해 11월 ‘리니지’ 재심의에서도 게임 ID가 두 개가 아니라는 엉뚱한 문제 제기로 심의물 불량 판정을 내렸다가 잘못을 시인하는 등 영등위 스스로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영등위 판결이 알려진 후 ‘리니지2’ 게시판에는 “베타 버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영등위 등급 판정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유저들이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다르다는 의견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따라 게임업계는 예측불가능한 영등위 심사 시스템의 불똥이 자사에도 튈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의 고무줄 등급 심사는 한두번 문제가 된 것이 아니지만, 또 다시 확인하게 돼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영등위에 찍히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영등위의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측은 “이번 판정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리니지2 유저의 95%가 국내에서는 20세 이상의 성인이기 때문에 내수에는 타격이 없겠지만 중국 등으로의 수출에는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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