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품을 사러 인근 전자상가를 갈 때마다 ‘싸게 드릴께요’라는 말에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웠는데 지금은 말을 걸어오는 매장이 없어 오히려 심심한 느낌이다.”
“좀도둑처럼 생긴 점원이 ‘아가씨 뭐 찾아요’라고 말을 거는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요즘에는 이름표에 공동 유니폼까지 착용해 백화점같은 분위기도 난다.”
최근 전자상가를 찾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전자상가가 달라지고 있다. 깨끗하고 친절한 상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곳 저곳에서 시작됐다.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자상가 상인 개개인의 마음 속에 넓고 깊게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용산전자상가·테크노마트·국제전자센터 등 서울 시내 주요 집단전자상가의 매장 환경 개선 노력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변화의 주체인 상인들이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엔 과거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들 스스로 ‘변해야 산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용산 터미널전자상가는 최근 ‘점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가격표시제 위반에서 호객행위, 찍기와 바가지 판매, 불친절까지 상가 관리규정을 위반한 매장에 대해 3차례 경고한 후 네번째 적발시에는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한다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다. “내 점포에서 내맘대로 장사도 못해···”라는 일명 ‘용팔이 근성’이 판을 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터미널전자상가상우회 권재황 회장은 “더러운 시설과 신뢰받지 못하는 불공정 상행위로 인해 전자상가의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며 “‘스트라이크 아웃제’ 실시는 상인들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강남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부터 매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음식을 시켜 먹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 매장을 돌다 보면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손님, 뭐 찾으세요”라는 호객 행위도 거의 사라졌다.
테크노마트와 전자랜드에서도 구경하며 지나가는 손님을 그냥 멀뚱히 쳐다보는 매장 직원을 보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국제전자센터 6층 크로바정보통신 양만석 사장은 “취식금지, 금연, 적치물 철수 등으로 과거에 비해 매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상인들간에 상가 전체를 위해 서로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위기 의식은 상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고 상가 이미지 개선부터 하나 둘씩 협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네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상부상조의 의식도 싹트고 있다.
이로인해 새로운 풍속도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깔끔한 유니폼에 명찰을 착용하는 상가가 등장하는가 하면 취급하지 않는 상품에 대해 ‘나몰라라’했던 것에서 이제는 싸고 친절한 매장을 소개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장사가 잘 돼 북적대는 매장에 대해 시기와 질투로 일관하던 모습도 사라지고 이제는 배울점이 무엇인가를 찾고 함께 기뻐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전자상가 상인들이 콘크리트처럼 한마음으로 뭉쳐 상가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용산 터미널전자상가 10대 개선 사항
단속행위 내용
1 호객행위 소비자를 따라가며 유혹하거나 잡아끄는 행위, 지나가는 사람을 부르는 행위
2 가격찍기 소비자에게 원가 이하의 금액을 제시해 현혹하는 행위
3 빤짝이 소비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타 매장에서 구입을 방해하는 행위
4 바가지상술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행위
5 불공정행위 허위로 제품을 설명하거나 시간을 빼앗겼다며 강매하는 행위
6 불친절 손님 외의 아가씨, 아줌마, 아저씨, 오빠라고 부르거나 반말, 욕을 하는 행위
7 취식 매장내에서 음식을 시켜먹거나 도시락, 햄버거 등을 먹는 행위
8 흡연 매장내 흡연 금지
9 복장불량 양말 미착용, 런닝이나 반바지 차림으로 판매하는 행위
10 매장초과점유
진열장, 책상, 의자, 입간판 등을 매장외 통로나 비상구 등에 적치 및 진열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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