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 me]쇼핑호스트 25시

 한가지 일 또는 한 업종에서 일가견을 이룬 사람을 우리는 ‘달인’이라 부른다.

 TV홈쇼핑 쇼핑호스트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난희·이고운영·김효석씨 등 톱 쇼핑호스트들은 업계에 알려진 명성 만큼 뭔가 다를 것이라는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TV를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시청자를 설득해 판매로 유도하는데 있어 달인이었다.

 “상품정보가 아닌 상품에 대한 느낌을 전달한다”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방송에 앞서 상품을 낱낱이 해부하고 직접 사용해본 경험을 얻는 것은 기본이다. 어떤 점을 강조할 것인지, 또 몇몇 약점은 어떤 식으로 솔직하게 드러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것인지 고민하고 다시 소비자로 돌아가 궁금한 점을 되짚어 보는 것이 그들의 일과다.

 방송 중 어떤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심하게 될 지까지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점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지 못하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없다.’ 이는 톱 쇼핑호스트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 생각이다.

 쇼핑호스트의 하루의 시작은 상품 연구로 출발해 소비자에 대한 분석으로 마무리된다. 상품 정보는 제조업체 관계자 뺨친다.

 CJ홈쇼핑 쇼핑호스트 김효석씨는 “(감히) 판매업체 담당자들이 제 앞에서 상품을 놓고 허위, 과장된 설명은 못한다”는 말로 쇼핑호스트의 상품 파악 능력을 대변했다. 김 씨의 집에는 삼성전자 등 메이커별 PC 4대에 캠코더·디지털 카메라 등 웬만한 가전제품은 다 있다.

 LG홈쇼핑 쇼핑호스트 이고운영씨는 갖고 있는 캠코더만 20여종이다. 그 자신이 캠코더 매니아이기도 하다. 그는 “캠코더에 대해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근 프리랜서를 선언한 유난희씨가 과거 홈쇼핑 방송중 예고없이 상품을 가위로 잘라보이며 상품을 질을 적나라하게 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톱 쇼핑호스트의 프로 근성은 더욱 빛났다. 톱 쇼핑호스트의 생활은 유명 연예인 못지 않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얼굴이 알려져 있다보니 말과 행동은 특히 조심스럽다. 회사 이미지는 물론 방송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단란주점이요? 안갑니다. 혹시나 구설수에 오를지도 모를 빌미는 아예 만들지 않습니다.” 김효석씨의 말이다.

 호프집에서 아는 체 하는 고객을 만날 때면 생맥주 한잔을 사며 “맨날 사라고만 했지 사주지는 못했는데 이 기회에 쇼핑호스트가 사주는 맥주맛을 보라고 권한다”는 이고운영씨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프로다운 근성이 묻어났다.

 “가장 어려운 점이요? 이름 값에 맞는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무래도 제일 클 겁니다.”

 샐러리맨과 비교하면 크게 성공한 연봉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얻고 있지만 부담감 역시 비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돈보다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가족과 함께 인생 자체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톱 쇼핑호스트가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이기도 했다.

 쇼핑호스트업계에 정설처럼 ‘누구나 쇼핑호스트가 될 수 있지만 아무나 쇼핑호스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말이 회자된다.

 끼와 근성과 자기절제 등에서 톱 쇼핑호스트는 타고 나는가 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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