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한국국제전지산업전]기고-노기호 한국전지연구조합 이사장

 국내 리튬계 2차전지 시장의 양적 규모는 올해말 기준으로 4000만셀에 육박, 세계적인 전지강국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질적으로도 일본에 앞서 2200mAh 원통형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짧은 시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부단한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육성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기술개발 초기만 해도 부품·소재·생산장비 등 제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난관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리튬계 2차전지 산업을 육성키 위해 적극 지원하면서부터 관심을 보여온 많은 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게 됐다.

 특히 정부가 산업체 중심의 중기거점 프로젝트를 만들어 관련 업체의 연구 및 생산활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2차전지 관련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 그리고 이를 활용한 고용량 배터리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2차전지 산업은 경쟁 상대인 일본에 비해 시기상으로는 10년 이상 늦게 시작됐지만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2000년 2.5%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은 2001년 9.6%, 2002년 15.5%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3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전 일본에서 거의 전량을 들여오던 제품을 대체할 수 있게 돼 외화유출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2차전지 산업 발전의 의미는 단순히 외화를 절감한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우리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첫손 꼽는 IT산업의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기의 심장에 비유될 정도로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는 2차전지 세계 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확고히 할 경우 세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막대한 외화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2차전지 산업이 진정한 세계시장의 강자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일본의 집중적인 견제와 중국의 저가공세 등은 시장 개척에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2차전지를 탑재하는 세트업체들이 내놓는 고용량화·경량화·장수명화·저가격화 등의 요구도 국내 2차전지 산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이러한 수요자의 요구는 후발주자인 우리업계에는 긍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시장이 고정적인 틀을 갖추지 않아 후발주자인 국내 2차전지 업계가 시장에 안정적인 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를 활용해 국내 2차전지 업계는 반도체와 TFT LCD의 경우처럼 세계시장에서 기술 표준화를 의미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기 위해서 국내 전지사업자들은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설투자를 계속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정책적으로 끊임없이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주체들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질 때 국내 2차전지 산업은 세계 일류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를 2만달러 시대에 끌어올려놓을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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