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명예퇴직

 SK케미칼이 지난 1996년에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은 대기업 최초(?)의 명예퇴직이라는 점에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당시 총인원(3500명)의 32%에 해당하는 110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데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1인당 평균 퇴직금은 위로금을 포함해 1억7000여만원. 법적 퇴직금 외에 60개월치의 퇴직 장려금을 지급하고 퇴직 후 3년간 자녀 학자금을 비롯한 경조금, 의료보험 혜택 등 각종 복리후생을 사원과 똑같이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명퇴가 언제 처음 시작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지난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이 끝난 후 건설회사들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고 1974년 정부기관의 인력조정이 처음이라는 주장도 있다. 명퇴가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처럼 퍼진 것은 IMF 직후인 1998년이다. 엄밀히 말하면 감원태풍이라고 해야 옳지만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 수단으로 명퇴 프로그램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 와중에도 IT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외국계 IT기업 임원들이 수억원의 위로금을 받고 명퇴후 타사로 옮기는 진풍경이 나타나기도 했다.

 얼마전 KT가 실시한 명퇴는 또다른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단일 기업의 1회 감원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5500여명(전체 직원의 12.6%)에 달하고 1인당 최고 1억8000여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명퇴 연령은 40대(41세∼50세)가 전체의 63%를 차지해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최단기간내 거의 잡음없이 단행한 이번 KT의 명퇴는 특히 대규모 감원을 앞둔 금융권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명퇴 연령도 크게 낮아지는 분위기다. 세계적 전자업체인 일본 소니는 이달말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명퇴 대상을 기존 35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낮췄다. 위로금도 KT와 비슷한 6년분의 가산금을 퇴직금 외에 지급키로 해 약 1만명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래저래 명퇴 바람은 당분간 거세어질 전망이다. 또 명퇴로 청년 실업자들을 새로 흡수할지, 실업률을 더 심화시킬지는 두고 봐야할 것같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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