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중국을 보면 마냥 잘 된다고 할 수도 없고, 경제상황을 보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고’.
산업자원부가 매월 1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수출입 실적 발표를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올들어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두차례의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와 사스, 자동차 업계 파업, 원·달러 환율 하락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측은 확대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계속 압력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환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을 집어 넣은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체감하는 원화절상 압력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잡은 중국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무역역조 해소 방안으로 농산물 규제 완화 정도에 만족했던 중국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최근 내한한 웨이지엔구오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양국간 교역규모가 확대될수록 중국의 대 한국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무역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양국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역불균형 개선 방안의 하나로 현재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류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이제 중국이 농산물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제조업까지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실제 산자부는 올해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연초에 예상한 80억달러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수출도 1800억달러를 넘어서는 사상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수출증가율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고 있다’고 발표한다면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미국과 중국을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상황을 보면 지금 계속해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나 무역수지 실적을 밝히지 않을 수 없고 또 미국이나 중국 등의 눈치를 보고 수치를 조정해서 발표하는 것도 있을 수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수출·무역수지 호조는 최근 정부도 적극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한·미, 한·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체결의 압박요소로도 작용하고 있어 수출입 실적발표를 앞둔 정부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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