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메인 싸움 이제 그만하자

 요즘 도메인 업계의 상호비방과 분쟁을 보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타사에 대한 근거없는 소문을 퍼트리는가 하면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원색적인 인식공격까지 서슴치 않는다.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고 행사를 열어도 진흙탕으로 뒤범벅되고 있다. 서로 양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또다시 으르렁댄다.

 왜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는 것일까. 우선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도메인시장에는 공인 등록대행업체와 리셀러를 포함해 100여개 업체가 경합하고 있다. 닷컴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의 200여개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연간 시장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출혈경쟁이 아닐 수 없다.

 더우기 도메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상위운영기관인 베리사인과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차지하고 있는데도 수많은 업체들이 몰려있다. 이에따라 저가 출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고 시장질서는 불신과 혼란 그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도메인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도메인 비즈니스 자체의 수익성 외에 각종 고객정보를 취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고 더 나아가 쇼핑몰, 호스팅 등과 같은 또다른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현재 도메인 시장에 뛰어든 기업중 상당수가 쇼핑몰과 호스팅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즉 도메인 사업은 다른 인터넷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근간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출혈을 무릅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메인은 인터넷 시스템의 뿌리일뿐만 아니라 디지털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일 정도로 대단히 중요한 분야다. 개별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흔들어놓을 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도메인의 공적 기능을 감안하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관련업체간 분쟁이나 싸움은 상도의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사회적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도메인 정책의 독립성 확보가 국가의 자주성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kr’이라는 국가 도메인이 미국 상무성 산하의 ICANN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실만 보아도 국가 차원의 도메인 정책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도메인 정책의 독립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국가간 분쟁시 인터넷이 마비되는 극단적인 사태까지 생각해야 한다.

 도메인은 모든 e비즈니스의 시작이자 브랜드 마케팅의 단초를 제공한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도메인을 확보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환경에서 필수적인 과제다. 정부가 오는 2007년까지 2000억원 가까이 투입해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를 개발 보급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 주소 생성이 가능한 IPv6를 통해 인터넷 소비국에서 생산국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정부의 의지에 비춰볼 때에도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메인 업체들의 수준 낮은 분쟁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에 업계 스스로 자정하고 윈윈을 거둘 수 있는 지혜를 함께 모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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