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10시 5분을 조금 넘긴 시각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인공위성연구센터 1층 지상국. 우리 나라 첫 천문·우주과학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1호(우리별 4호)’와의 교신을 위해 방위각과 남은 시간을 불러가던 김경희 연구원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위성과 관제탑 간 고도각이 낮아지고 통신 가능성도 낮아지자 방위각을 읽어가던 김연구원의 목소리도 함께 힘을 잃어갔다.
과학기술위성 1호가 발사된지 사흘째인 29일로 접어들자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연일 이어지는 날밤 새기에 파김치가 될 만큼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다. 모두 여덟 번의 기본 데이터 수신을 시도했고, 이날 오전 9시42분대에서 신호하나가 잡혔지만 우리 위성인지, 아니면 함께 발사됐던 다른 나라 위성인지 여전히 알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위성 실종신고를 할 것인지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 교신이 안되는 원인은 몇가지가 있다. 우선 초속 7㎞로 비행하는 위성의 정확한 위치를 인공위성연구센터가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장비 구입에 수백억 원이나 드는 위성위치추적장비를 제대로 갖출 수 없는 여건인데다 위성이 당초 예상했던 경로를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우리힘으로는 찾을 길이 없다.
PM을 맡고 있는 이현우 박사는 “위성의 송신기가 켜질 때 우주에서 발생하는 내부 플라스마 가스의 방전으로 일시적으로 송신 출력이 안 나올 수 도 있다”고 애써 위안을 삼는다.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 발사체를 섭외했던 독일의 OHB사로부터 로켓발사 후 3시간 내 위성위치정보를 받기로 했으나 사흘째가 되도록 데이터를 못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센터의 유광선 연구교수는 “28일 미국의 항공우주방위국(NORAD)로부터 위성 위치데이터를 받아 교신을 시도하고 있으며 1주일정도 더 교신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속타는 심정을 드러냈다.
단 한번의 실패가 과제의 종말로 이어지는 우리 나라 과학기술계의 현실에서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이처럼 마냥 애간장만 태워야 하는지 애처롭기만 하다.
<국제기획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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