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도전한다]칸소프트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변경사항을 통합관리해 애플리케이션의 안정성과 개발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소프트웨어 형상관리’ 분야는 전체 시스템 관리 시장에서 성능관리에 이어 두번째 규모를 차지하는 중요한 분야다.

 CA, IBM, 머랜트, 볼랜드 등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만한 외국계 거대 IT기업들이 과점해온 형상관리 분야에 국산화의 깃발을 드높이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최근 교보생명에 자체개발한 형상관리 솔루션인 ‘오로라’를 공급한 칸소프트(대표 박창환 http://www.khansoft.co.kr)가 화제의 기업. 국내 22개 생명보험업계 중 최초로 통합 형상관리시스템을 도입한 교보생명은 2차례의 공개 시연회와 강도높은 벤치마크테스트(BMT)를 벌여 칸소프트의 솔루션을 선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시스템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금융권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다국적 IT 기업의 제품을 마다하고 국산기업의 솔루션을 채택한다는 것은 드문 경우로 칸소프트의 기술력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다.

 박 사장이 형상관리 솔루션을 개발키로 결심한 것은 BC카드에 근무하던 지난 97년. 시스템 환경이 메인프레임에서 오픈시스템으로 급변하면서 많은 프로그램 변경이 이루어지던 당시 개별 담당자들이 필요에 따라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대장에 기입하다가 결국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소프트웨어 형상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98년 칸소프트의 전신인 HRIT를 창업한 박 사장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2000년 5월 ‘오로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 해 7월에는 세계시장 진출의 염원을 담아 사명을 ‘칸소프트’로 변경하고 본격 사업화에 나섰다.

 첫번째 레퍼런스 사이트인 국민카드를 뚫는 데는 6개월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걸렸다. 성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외산의 이름값을 선호하는 금융권 고객을 설득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강도높은 평가작업 끝에 외산 솔루션을 제치고 국민카드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으며 이 때부터 칸소프트의 비상은 시작됐다. 2001년 경남은행과 서울은행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공략의 시동을 건 칸소프트는 지난해 서울시 전산정보 관리소 프로젝트를 거치며 공공기관으로 영역을 확장했으며 올 해 굿모닝신한증권, 교보생명, 한국투자신탁증권 등에 잇따라 솔루션을 구축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오로라’의 가장 큰 강점은 철저하게 국내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는 것. 현장에서의 문제해결경험이 솔루션 개발의 토대가 됐기 때문에 국내 고객사들이 느끼는 문제점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 때문에 외산제품을 도입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칸소프트의 주요 타겟이 되고 있다.

 서버용 형상관리와 호스트용 형상관리를 따로 진행해야 했던 기존 솔루션들과 달리 서버와 호스트에 대한 통합관리가 가능한 것도 회사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칸소프트는 보다 큰 꿈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형상관리를 기반으로 한 통합 자산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단순히 감가상각만을 따지던 기존 자산관리와 달리 투자대비효과(ROI)를 확실히 보장하는 자산관리 전문업체로 거듭난다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세계 최초로 동서양을 동시에 정복했던 ‘칸(Khan)’처럼 당찬 패기로 외국의 거대 IT기업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칸소프트가 보여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 인터뷰 - 박창환 사장

 “브랜드 인지도를 떠나 동등하게 검토해준다면 언제든지 승리할 자신이 있습니다.”

 박창환 사장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소박하지만 강하게 표현했다. ‘오로라’야말로 “국내기업의 고민에서 출발해 국내기업의 기술력으로 탄생한, 국내실정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이라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단순히 국산이기 때문에 사용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로라는 이미 상당수의 외산 솔루션 윈백(대체구축) 사례를 확보했을 정도로 기술적인 우위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안정한 벤처기업의 경영상황 때문에 향후지원을 걱정하는 고객들이 있는 데 만에 하나 칸소프트가 없어질 경우에는 오로라의 소스를 공개할 각오도 돼 있다”며 더 이상 이름값 때문에 국산솔루션을 홀대하는 풍토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변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직접적인 자금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요증대를 유도하고 판로를 확보해주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경우에는 국가가 기술을 인수해서 다른 업체가 계속 발전시켜나가게끔 함으로써 우수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박 사장은 마지막으로 “정보시스템 평가절차에서 IDS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개발시 형상관리를 활용해야 하고 최근 금감원이 금융기관 IT부문 경영실태 감사시 형상관리시스템의 도입과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며 관련시장 활성화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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