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고려한 입지 선정 전략 세워야
‘한국 IT기업들의 중국교두보(지역본부). 베이징이 좋을까, 상하이가 좋을까’.
베이징과 상하이 모두 중국 중앙정부의 WTO가입 후 해외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두 도시는 최근 중앙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IT분야에 대해 타 산업보다 훨씬 많은 잇점들을 다국적 기업들에게 경쟁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WTO 가입 후 중국진출을 희망해온 한국 IT기업들에게도 두 도시 가운데 한곳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 한국상품특별전’이 열리는 베이징의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만난 한국기업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주변기기를 출품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초부터 상하이와 베이징 두곳을 대상으로 지사 설치를 위한 현지조사에 착수했지만 두 지역의 장단점이 워낙 분명해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WTO가입후 현재까지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한국기업들은 삼성·LG·SK 등 주요 선발 기업들을 제외하고 IT분야에만 150개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KOTRA중국지역본부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중국 상무부가 인정한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는 상하이 41개, 베이징 24개로 집계됐다. 지역본부 숫자만을 놓고 보면 다국적기업 유치전에서는 상하이가 베이징을 누른 셈이다.
그러나 IT관련 인프라는 베이징이 더 강점을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두 도시 모두 중국의 핵심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IT관련 기업들이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베이징에는 사스 영향으로 중국 전역이 술렁이던 올 상반기에도 노키아 등 IT관련 다국적기업의 4개 지역본부를 유치했다.
현재 베이징에는 한국의 삼성·LG전자를 비롯해 루슨트·모토롤라·노텔네트웍스·히타치·도시바·지멘스·네슬레·노키아·에릭슨 등의 지역본부가 입주해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로서의 이점과 항공·철도 물동량 중국내 1위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중관촌이 소재하고 있어 IT·통신 등 정책적으로 민감한 업종의 기업들에게는 베이징의 입지가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상하이에는 제조·금융·유통 관련 다국적기업이 몰려있다. 시티뱅크·코닥·나이키·존슨·GE·HSBC·후지·필립스·오므론 등이 대표적이다. 상하이는 장쑤성 및 저쟝성과 연계된 장쟝(長江) 삼각주라는 거대한 산업단지가 배후에 있어 제조업체로서는 산업연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금융업과 유통업은 중국이 아직 일부 개방한 분야로써 신규 개방 정책이 나올 때는 예외없이 상하이를 시범지역으로 삼고 있어 관련분야 기업에게는 큰 유인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또 각각 지방정부 차원의 관련 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다. 베이징은 이미 지난 99년 ‘다국적기업의 베이징 지역본부 설립 장려에 관한 규정’과 ‘다국적기업의 베이징 지역본부 인정 방법’ 등을 발표하고 기업설립 심사허가 기한을 30일로 단축했다. 상하이는 지난해 관련 규정(외국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설립 장려에 관한 상하이시의 잠정규정)을 발표하는 등 출발은 베이징에 뒤졌으나 푸둥지역의 경제적 우세 등을 내세우며 현재 유치기업 수에서 베이징을 앞서고 있다.
KOTRA 중국지역본부 이효수 본부장은 “다국적기업의 중국내 지역본부 입지선정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단순히 지리적 인접성과 비용요소를 고려하기 보다는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입지선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