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별기획-정부조직개편]IT관련 부처기능 조정

 참여정부의 IT관련 부처기능 조정은 과연 왜 시작하고 있고 무엇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도출함으로써 그 결론을 유도해야한다.

 부처기능 조정이 지금 시점에서 왜 또 논의되고 있는 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항상 부처기능조정은 업무의 중복과 갈등이 이유가 됐다. 그것이 경쟁의 양상을 띄었다면 문제는 간단하지만 그 진행과정은 그러하지 못했다. 선의의 경쟁보다는 갈등이 우선했고 협의보다는 견제가 그 기저에 깔려있었다. 그러다보니 발목잡기로 비쳐졌고 민간의 입장에서는 될일도 안된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IT관련 분야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머질 부가가치 창출과 연관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이때문에 참여정부의 부처기능조정은 특정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업무영역조정이나 단순한 행정혁신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 극대화와 연관된 IT관련 부처에 해당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담아내야한다는 게 정답이다.

 부처기능조정은 과거정부에서도 수도 없이 논의된 사항이나 항상 진행과정은 원점회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기능 조정논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성이 커지고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IT관련 부처에서 부처기능 조정논의는 사실 각 부처의 의욕적인(?) 업무 추진에서 비롯됐다. 특히 김병준 대통령 정부혁신지방분권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신성장동력을 부처기능 조정대상으로 지목하고있다.

 신성장동력에서 부처기능 조정작업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처간 갈등과 과당경쟁이 이에서 집중되고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IT관련 분야에서 모든 부처갈등과 업무중복 및 충돌은 차세대라는 표현이 가능한 분야에서 발생됐다. 특히 IT분야의 기술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 때문에 부처업무 중복 및 충돌은 갈수록 그 대상분야가 넓어졌고 강도가 커졌다.

 참여정부 출범초 노무현 대통령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 한마디에 관련부처들이 업무보고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포장해 자기들이 주도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청와대가 어렵사리 조정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그렇다면 이제는 부처기능 조정에 대한 명쾌한 해결이 이뤄져야한다. 과거처럼 유야무야식 해결이 우선해서는 안된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디지털 컨버전스가 대세로 자리잡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때문에 통폐합을 골간으로한 정부조직 개편이 지목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산업분야의 부총리제를 실시해 부총리가 국가산업의 경쟁력 극대화를 주도해 나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행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만약 조직개편이 힘들다면 부처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해당 분야, 해당 업무에 대해서는 특정 부처에 힘을 몰아줘야한다. 특정 분야에 정통한 부처에 전체를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그것도 안된다면 이제는 그 위상과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은 민간이 스스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도록 정부부처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규정해야한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 과학기술정책 추진 체계

 참여정부 들어 청와대에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신설하면서 기존의 과학기술 정책추진 체계엔 적지않은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와 과학기술 정책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양대 축으로 운영돼온 과학기술 행정시스템에 청와대가 깊게 개입하면서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 프로젝트를 위한 과기, 산자, 정통 등 일부 R&D 부처간의 역할분담과 사전조정 과정에서 정보과학보좌관실이 국과위를 제치고 직접 부처별 조정업무를 전담하는 과정에서 국과위의 위상이 상당히 추락한 것이 사실이다.

 국과위의 위상 하락은 자연히 국과위 간사기관인 과기부의 입지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과기부는 그동안 국과위 사무국 기능을 맡아 주요 부처의 과학기술 정책 조율, 국가 R&D 조사·분석·평가 등 굵직굵직한 범부처적 과학기술 정책의 심의 및 의결을 주도해왔다.

 과학기술자문회의의 기능 변화도 과기정책 추진체계 변화의 핵심 변수다. 자문회의는 글자그대로 대통령에게 과학기술 분야의 자문을 하는 헌법상 기구다. 그러나, 청와대가 국정과제인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일종의 ‘TFT(태스크포스)’로 자문회의의 조직을 십분 활용, 과기부의 고유 기능인 정책에까지 손을 대면서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청와대는 자문회의 김태유 정보과학보좌관을 사무총장으로 하고, 주요 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자문회의는 더이상 ‘자문기구’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능이 대폭 업그레이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자문회의의 기능 강화를 통한 청와대의 ‘과기정책 챙기기’는 과기계 전반의 충분한 여론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자문회의는 어디까지나 (과기부 등) 특정 부처가 하기 어려운 범부처 성격의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기능에 국한할 것이라 강조하지만, 결국 국과위와 과기부의 기능과 중첩,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청와대(정보과학보좌관실)-과기부-국과위-자문회의로 이어지는 과학기술 관련 4대 축의 역할구분을 보다 명확히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 중심 사회 구축과 제 2의 과학기술입국 실현을 위해선 이들 4대축이 각각의 고유 기능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 조직 개편에 거는 기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려면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산업을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신, 방송, 금융, 유통 등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간에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각 부처별로 산재된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민간 업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책 리더십이 필수적인 IT산업, 정보화 정책은 한 부처에서 권한과 조정력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며 이 참에 명확한 원칙아래 교통정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도 협의회 체제가 아닌 위원회나 청와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지만 업무 영역을 둘러싼 정부 부처간의 갈등은 민간 업체로서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서 업체들의 기술개발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것이 홈네트워크. 정통부가 디지털홈 구축 계획을, 산자부가 스마트홈 구축 계획을 각각 추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와 홈네트워크 구축업체들로서는 어떤 부처의 방안을 따라야할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일단 양쪽의 진영에 모두 참여하면서 대세를 관망하는 분위기다.

 홈네트워크 업계의 한 사장은 “정통부나 산자부 모두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의 표준을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호환성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입장이어서 양쪽 진영에 모두 몸담고 있다”며 “누가 관장하든지 일원화해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셋톱박스 업계의 한 사장도 정부 부처간 이해다툼으로 인한 폐해로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우려했다. 부처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이리저리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몇개 부처가 경쟁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다보니 시장이나 기업의 니즈와는 달리 전시적이고 행정적인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면 효율을 극대화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정부특별위원장을 역임한 고려대 안문석 교수는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선 조정이 필수적”이라며 “부처가 마음을 비우지 않는 한 조정협의가 어려운 만큼 위원회 등의 조정기구에 제도 수립이나 예산 배정 권한을 줘 해결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차용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경원대학교 전호인 교수도 “통신망·통신기술·RF기술을 제외한 분야에서 산자부와 정통부간 업무 중복 현상이 심하고 특히 홈네트워크·DMB·포스트 PC 등 신성장 산업의 경우 양 부처간 영역 다툼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라며 “이같은 다툼은 양부처가 공종하는 한 피할 수 없으므로 정부 개편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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