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베이징올림픽과 인피니온

 중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인피니온이 발벗고 나섰다. 독일 반도체 업체인 인피니온은 IOC의 공식스폰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중국올림픽위원회의 스폰서도 아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상하이에 중국 총괄본부 개소식을 앞두고 이를 취재하러온 내외신 기자들을 갑자기 모두 베이징에 불러 베이징올림픽위원회(BOCOG) 부위원장과 공식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내외신 기자들은 이 자리에서 예정에 없이 베이징올림픽의 준비 상황과 2008년까지 해마다 350억달러를 투자, 도로·건물·통신·전력·환경 등 총체적인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BOCOG 부위원장의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지앙 샤오유 부위원장은 최근 발표한 심벌을 공개하면서 심벌의 모양을 연기해 가며 대회 준비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인피니온이 왜 이 행사를 주선했는지는 지앙 샤오유 부위원장의 한마디에서 드러났다.

 그는 “9·11테러 이후 높아진 보안 의식을 위해 국가는 특별 지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2007년까지 중국 13억 인구의 주민등록증을 모두 스마트카드 기반의 전자주민증으로 바꾸는 사업을 말한다.

  인피니언이 중국총괄본부 개소식을 하면서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하고, 최근 잇따라 중국 반도체 회사와 합작을 공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중국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스마트카드 사업 획득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복선이 깔려 있다.

 이를 위해 독일 전체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독일 기자는 독일인들이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도와 전자주민증 등 중국의 국책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과 인피니온.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지만 올림픽을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활용하는 중국정부 노력과 이를 현지화 사업에 적극 활용하려는 인피니언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베이징(중국)=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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