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젊은이의 거리인 록본기에 ‘돈키호테(?)’가 등장했다.
돈키호테는 젊은이들이 밤 늦게까지 흥청대다 갑자기 감기 기운을 느끼거나 속이 거북해지면 약을 무료로 나눠준다. 그런데 후생노동성이 위법행위라며 가로막고 나섰다. 이제 돈키호테는 행정소송이란 카드를 들고 풍차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일본의 ‘돈·키호테’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72개 점포를 가진 종합 할인잡화점이다. ‘신발부터 의약품까지’ 없는 것 없이 다 판다. 우리나라 사람이 도쿄에 가면 한번쯤 들르는 한국인의 거리 ‘쇼칸도오리’에도 대형 점포가 있어 눈에 익은 잡화점이다.
흔해 보이는 할인잡화점인 돈·키호테가 최근 일본 정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24시간 영업에 힘을 기울이는 돈키호테는 한 밤 중에도 약을 팔고 싶은데 일본 법제상 약은 약사가 상주하는 상점만 팔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약사가 부족해지면서 한밤중까지 모든 점포에 약사를 배치시킬 수가 없게 됐다. 꾀를 낸 것이 바로 첨단 IT기술인 ‘영상전화’다.
돈·키호테는 4000억엔(4억원)을 들여 3명의 약사가 상주하는 영상전화센터를 구축해 이를 도쿄 10개 체인점에 연결했다. 고객이 약을 찾으면 영상전화로 약사가 처방을 내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
좋아라고 지난달 1일 서비스를 개시했는데 후생노동성이 딴죽을 걸었다.
후생성은 “고객이 약을 잘못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행할 수 있다”며 “직접 고객과 대면하지 않는 영상전화 방식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유쾌 발랄한 돈·키호테는 “의사들이 영상전화로 원격 진료도 하는 마당에 왜 약은 안되나?”며 이달 1일부터 아예 약을 공짜로 나눠주기 시작했다. ‘공짜’를 내세워 여론을 등에 업으려는 꼼수인 셈.
후생성은 이런 돈·키호테가 미울 수밖에 없다. 이달초 담당 보건소가 돈·키호테의 점포에 약사법 위반 혐의를 들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의약품 판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은근한 압력인 셈이다. 돈·키호테는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철저항전 태세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의약품 판매 규제 완화에 적극적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지원하는 종합규제개혁회의가 돈·키호테를 지지하고 나섰다. 일본 보수 정치인으로 유명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까지 “약사가 영상전화를 통해 처방을 내리고 이를 지시받은 점원이 약을 파는게 뭐가 나쁘다는 건가”라고 거들고 나섰다. 잡화점 연합조직인 일본체인드러그스토어협회도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맞서는 측에는 약사회가 버티고 섰다. 또 약사회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민당의 이른바 ‘후생노동족(族)’이 “고이즈미식 개혁에 절대 밀릴 수 없다”며 칼을 간다.
조그만 잡화점이 후생성을 상대로 시작한 저항이 일본 정치계 구도인 ‘고이즈미의 구조개혁론 대 자민당의 반개혁 세력’의 이슈로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눈덩어리처럼 불어났지만 초점은 결국 ‘영상전화를 통한 (약사와 고객간) 커뮤니케이션을 어느 정도의 신뢰도로 인정할지’ 여부다. 또 부풀려말하자면 새 정보기술(IT)이 등장할 때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진통일 수도 있다.
돈·키호테가 영상전화 도입에 성공할지 여부와 상관없이 새 IT를 생활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항상 참신하다. 이런 시도들이 하나하나 모여 첨단기술과 함께 숨쉬는 생활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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