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ㆍ경남 참여기업 20% 연내 시스템 구축 힘들어
태풍 ‘매미’의 후유증이 중소기업들의 정보(IT)화 의지에도 ‘비바람’을 뿌리고 있다. 정부로부터 후불제로 자금을 지원받아 IT화를 추진하던 수해지역 중소기업들이 태풍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로 정보화시스템 구축에 손을 놓으면서 올해 정부 지원금의 수혜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내에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계약한 기업의 경우 올해 말까지 완료점검을 받아야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해지역 중소기업 가운데 20% 정도는 태풍으로 올해 완료점검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정보화 분야에 대한 올해 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현황=“물에 잠겼던 기계를 닦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사차원의 IT화 작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지역본부의 기술지도를 받고 있는 한 제조업체 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금은 ERP시스템 구축을 위해 직원을 투입할 여력이 전혀 없다”며 “지금까지 정보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과 인력은 아깝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산자부의 중소기업IT화 사업은 중소기업이 IT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을 확인한 후에 정부 지원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올해 정부 예산은 올해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완료점검을 올해 안에 받지 못한 중소기업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영향=수마가 할퀴고 간 경남·울산·부산 등에서 올해 완료를 목표로 정부의 IT 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413개사. 이들 기업에는 약 100억원 정도의 정부 예산이 집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번 수해로 올해 완료점검을 받기 어려운 업체는 전체의 약 20%가 될 전망이며 현 상태에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수해 업체들은 대부분 어려운 가운데 여유 자금과 인력을 총동원해 정보화 구축을 추진했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더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정보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해기업이 내년에 다시 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해법=현재로서는 이들 수해지역 중소기업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후불제’라는 지원형태를 ‘중도금’ 지원으로 바꾸거나 올해 예산을 내년까지 이월해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수해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에 따른 영향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의 신뢰성 제고 차원에서도 구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중도금 형태의 지원은 향후 부실 구축사례가 발견될 경우 환수 조치 등에 따른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올해 예산의 내년 이월 집행이 가장 좋은 ‘솔로몬’ 해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태풍 ‘매미’ 뿐 아니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정보화 투자가 줄어들면서 매칭펀드(정부부담과 기업부담) 형태로 운영되는 일련의 정부 자금이 올해 안에 소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올해 집행하지 못한 예산을 내년에 이월해 집행함으로써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