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분권시대]우리가 뛴다-`광주첨단산업단지`르포

 호남고속도로 광주톨게이트를 지나 승용차로 3∼4분 더 가다 광산IC로 빠져나오면 왼쪽으로 거대한 산업단지가 보인다. 이곳이 ‘빛고을’ 광주의 꿈이 무르익고 있는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다.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 엠코테크놀러지코리아 광주공장, 광주·전남테크노파크 등 지역의 첨단 신산업을 주도하는 기관 및 업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선 공단의 활기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건설 기계음에서 느낄 수 있다. 내년 말 완공예정인 한국광기술원의 신축공사장에서는 쉴새없이 대형 트럭들이 드나들고 그 주변 중소기업임대단지와 광산업집적화단지에서도 새로 신축중인 건물이 4∼5개 눈에 띈다. 또 이미 가동에 들어간 건물에서도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비록 이곳도 장기간 계속되는 불황의 그늘에서는 예외가 아니지만 공단 입구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간직한 꿈을 털어놨다.

 광통신 부품 개발업체 O사 영업팀 K씨는 “지금은 경기가 침체돼 회사사정이 안좋지만 머지않아 첨단산업단지에서 첨단직종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날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며 “특히 광주시의 신산업 육성 관련정책이 이곳에 집중돼 있어 기대 또한 크다”고 말했다.

 공단 입구에서 식당을 하는 이모(55)씨는 “1∼2년 전에 비하면 손님이 3배이상 늘었다”며 “그만큼 기업이 많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는 최근 몇년새 급속도록 발전을 거듭해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1㎞남짓 떨어져 있는 하남산단에 기업들이 밀집해 있었으나 광주시가 광산업을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이후부터 서서히 기업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90년 7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이후 1단계로 242만9700㎡ 규모로 개발된 이 산단에는 82.7%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15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전기·전자·반도체·광통신 등 이른바 기술집약적인 벤처기업들이 대부분인데다 생산 및 고용효과가 매년 20%이상 증가추세여서 이곳에 거는 지역경제의 기대는 매우 크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첨단산단의 연간 생산총액은 2조3928억원, 수출총액은 17억5880만달러로 광주지역 경제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광주시가 지방분권의 핵심으로 들고 나온 광산업과 첨단 부품·소재산업, 디자인 산업 등 3대 산업이 모두 이곳을 중심으로 나래를 펼 예정이어서 갈수록 그 위상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첨단산단이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로 지정돼 입주 기업에 병역특례·세제감면 등 각종 혜택이 지원되면서 활성화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내년이면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부품연구센터, 아파트형 임대공장인 첨단하이테크센터가 새로 문을 열고 광주디자인센터도 올 연말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05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남지역본부 손성운 과장은 “주력 업종이 전기·전자와 반도체, 광산업등으로 지역 수출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고용효과 등 지역경제 기여도가 매우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지방분권화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산업단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첨단산단이 이러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지난 10여년간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2단계 개발은 막대한 국비마련이 여의치 않아 요원한 상태다. 또한 평당 분양가가 여전히 비싸 중소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광산업 창업을 계획중인 이모씨(46)는 “산업단지의 최소 분양면적이 3300㎡(1000평)이상으로 정해져 있는데다 평당 분양가가 30만원을 훨씬 웃돌아 고민하고 있다”며 “소규모 평수 분양과 가격 인하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산단내에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입주기업 및 외부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산업 컨설팅 전문업체 엘리어트 인텔리전스 박진성 사장은 “광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인프라가 활발히 구축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업체가 좀 더 많이 입주하고 기업경영이 용이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부품연구센터 고재상 센터장은 “첨단산업단지가 진정한 지방분권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산·학·연 중심의 혁신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연구단지를 조성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우수인력을 배출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