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기기자의 게임속으로]`e스포츠`와 국산게임

 ‘e스포츠’가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얼마전에 열린 ‘스타리그’ 결승전에는 2만명 이상의 관객이 입장해 ‘e스포츠’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기도 했다. 또 ‘워크래프트3 리그’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이들 게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은 연예인들 못지 않게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테란의 황제’라 불리는 최고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벌써 고정팬이 30만명에 달할 정도다.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당초의 ‘e스포츠’ 육성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외산게임 판매량만 늘려줄 뿐 정작 의도했던 국내 게임산업 발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산게임 리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킹덤언더파이어’와 ‘쥬라기원시전’ 등의 국산 전략시뮬레이션게임 리그가 인기리에 진행되면서 국내 게임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이들 게임도 ‘워3’가 출시되면서부터 ‘e스포츠’ 무대에서 자취를 감춰버렸다.

 다행히 최근 온게임넷이 국산 해전게임인 ‘네이비필드’로 클랜대항전 형태의 리그를 시작했고 내달 중순께는 ‘겟엠프트’와 ‘골드윙’ 등 2개의 국산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한 게임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접해보는 국산게임리그라 반갑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겟엠프트’와 ‘골드윙’ 대회는 2일 동안 벌어지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아직 아마추어 대회이기는 하지만 ‘네이비필드’의 경우는 반응이 좋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만이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e스포츠’ 무대에서 국산게임이 홀대를 받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게임대회 기획사나 게임방송사들이 애써 국산 게임리그를 마련해도 흥행성이 떨어지는 데다 대회에 참가할 선수를 확보하기도 힘들어 지속하기가 곤란한 것도 사실이다. 또 인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입장에서도 인기종목인 ‘스타크래프트’를 떠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산게임에 매달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온게임넷 관계자는 “국산게임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라 대회를 치르기 어렵다”며 “게임리그에 도입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 실험은 해보고 있지만 ‘스타리그’나 ‘워3리그’처럼 지속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게임을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마음은 있어도 대안이 없어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e스포츠’가 지금처럼 외산게임 위주로만 흘러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게임산업과 관계된 인사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할 때인 듯 싶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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