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교육학자들과 언론은 ‘교실 붕괴’니 ‘학교 붕괴’니 곧 무슨 사단이라도 벌어질 듯 야단법석이다. 일부 지도층 및 부유층 인사들뿐만 아니라 서민들도 남의 자식은 어떻게 되든 자기 자식만은 보다 좋은 여건에서 교육시키겠다고 조기 유학을 보내고 있다. 대학도 선진 외국 대학보다 교육의 질이 낮다고 언론과 기업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우리나라 교육 전체가 정말로 그렇게 형편없는 것일까.
각자 교육에 대한 철학과 입장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가 볼 때 우리나라 교육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초·중등학교의 경우 선진국의 절반 밖에 안되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와 거의 2배에 이르는 교실당 학생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인 TIMMS나 PISA의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대학 등 고등교육 분야에서도 사립대학을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주요 사립대의 연간 등록금 1만5000∼2만달러의 절반도 채 안되는 연간 600만원 등록금과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국고보조금을 가지고 교육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실력이 미국 대학생들의 실력에 조금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지원 규모에 비해 형편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필자의 주장과 앞서 언급한데로 교실 붕괴라는 주장간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교육은 투자비용에 비해 매우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지만 그 수준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은 20세기 산업사회형 인재를 양성하는데는 성공했지만 21세기 정보사회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교육의 화두는 물론 교육의 질적 향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의 질적 향상, 즉 21세기를 선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 양성이 말처럼 쉬운 것인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절반 이하를 가지고 미국 수준으로 교육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나라 초중등 교사나 대학 교수들은 신인가.
이를 다르게 표현해보면 첫째, 20세기형 산업인력 양성체제인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을 21세기 지식사회형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겠는가 둘째, 20세기형 산업인력을 양성하도록 훈련된 우리나라 교사들을 21세기 지식사회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재교육시키고 이에 수반된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필자는 솔직히 말해 둘 다 부정적이다. 특히 ‘내 자식’을 위해서는 수백만 원의 고액 과외를 시켜도 ‘우리 자식’을 위해서는 1원 한푼 쓰지 않고 ‘남의 자식’은 어찌 되든 ‘내 자식’만은 조기 유학을 보내야겠다는 사회 풍조가 팽배해 있는 한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적 향상과 21세기 지식사회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면 그나마 할 수 있는 교육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의 효율성을 높힐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교육정보화와 사이버 교육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정보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1000만 가정에 초고속인터넷이 연결되었다고 한다. 정보통신부는 자신들이 추진한 초고속국가망 구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라고 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가 그동안 추진한 교육정보화 사업이 없었다면 그렇게 단시간 내에 전국 1000만 가구에 인터넷이 보급될 수가 있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는 교육정보화를 통해 학생 1인이 학교에서 주당 1시간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교육했다. 이제 하루 빨리 학생이 하루에 1시간 이상 컴퓨터를 사용하여 교육을 받고 학습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김준형 경희사이버대학교 학장 jhkim@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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