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주다운 주주`

국내 2위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이 1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를 발행해 단기 유동성 위기를 간신히 막았다. 만기일을 일주일 넘겨 원금과 연체료를 갚았다. 하나로 통신이 단기 유동성 문제는 막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장기 자금 확보 여부다. 하나로통신이라는 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일 뿐 아니라 통신시장과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하나로통신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기 힘들다. 주요 주주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이다. 하나로통신 주요 주주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정말로 하나로통신을 위해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의 훼방으로 일을 그르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막가파식’, ‘음흉한’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상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사업에도 일정한 금도가 있는 데 이선을 넘었다. 예전에 볼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업체간 갈등을 조정해 주는 곳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제 하나로통신의 주요 주주사들은 더 이상의 타협은 없으며 힘겨루기로 결판을 낼 태세다. 자본주의 사회, 주식회사에서 표대결로 승부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그 회사의 주주들이 주주로서 합리적인 행동을 할 때 나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 이사회장에서 한 사외이사의 절규가 오늘의 사태가 어디에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외이사는 “제발 주주의 입장으로 돌아와 달라”라고 주주들에게 요구했다. 누구나 사외이사의 목소리에 동의하고 있다.

 지금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들이 과연 합리적인 주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행태는 주주로서라기 보다는 주주의 자격을 빌어 자사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들이 주주로서의 입장을 도외시한 채 자사 이기주의적으로만 일을 처리한다면 통신시장의 혼란은 물론 통신 회사 전반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할까 우려가 되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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