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상호이익의 원칙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났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한이 대구에서 함께 참여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거진 북한의 참여번복과 시민단체와의 충돌, 그리고 이에 따른 북한측의 항의와 응원중단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한이 손을 맞잡고 입장하고, 북한의 아리따운 응원단들이 떠나는 순간까지 남쪽의 젊은이들을 매료시켰던 것에 비하면 짧은 시간적 경과에도 불구하고 격세지감이 있다.

 또한 최근에는 정몽헌 회장의 죽음도 세간을 경악하게 하는 동시에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하여 뒷말을 무성하게 남겼다. 그동안 대북사업의 최첨병으로 활동해온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투신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결국 대북 사업의 추진방식과 논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겪을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예컨대 남과 북은 형제인가, 우리의 혈연공동체는 정말 경제적 관계를 뛰어넘어 모든 것들에 우선하는 것일까, 과연 남북경협은 경제적 논리에 앞서 민족적 이해와 정치적 논리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더 나아가서 가장 바람직한 경협의 모양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하는 것 등이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6차 회의가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에서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의 기반시설 건설과 하위 규정의 조속 제정, 육로 및 해로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사업 등 경제협력 현안에 대해 협의하였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협제도화 부문으로서, 남북은 그동안 중국·홍콩 등 제3국 중개인을 통해 이뤄지던 간접교역을 `직거래방식`으로 대폭 전환하고, 교역관련 협의통로로 중소기업사무소를 개설키로 함에 따라 기업들의 경협 애로사항이 해소될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비추어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들이다.

 협상대표들이 밝히고 있듯이 남북경협은 남북간의 화해협력의 흐름을 다지는 중심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합의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6자회담의 성공적인 진행과 향후 한반도 안정을 위한 기반구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결국 남북경협은 단일민족적 동질의식의 표현으로서, 또한 상호실리적 이해관계의 형상화로서 필요하다.

 그런데 그 실리라는 것은 명확히 실체를 규명해내기가 쉽지 않다. 제3국과의 무역처럼 수입과 지출의 수지관계로서만 측정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무조건 동포애를 강조하고 우리나라의 잠재적 안보보장비용 등으로 환산하며 무상으로 계속 지원하기도 어렵다. 남북교류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합의된 사업들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보도는 그리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의 합의서만 교환한 상태에서 추진되지 않은 사업도 상당수에 이르는 듯하다. 이는 그 시작단계부터 무리가 있어 후속조치가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북교류는 경제·사회적 주체로서의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상호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이나 희생이 요구될 수는 없다. 상호관계가 지속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호의 입장을 존중하고 신뢰감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그 상호이익의 출발점으로서 IT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였을 때도 IT분야는 상대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였다.

 많은 국제관계의 난관과 돌출적인 장애요인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는 지속돼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우리민족의 숙명이며, 남북교류는 그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교류는 국민의 공감대 속에서 정치적 사심없이 투명하게 진행되어야만 하며, 상호이해의 관계라는 기본적인 경제적 원칙도 함께 고려되어야만 보다 장기적인 성공과 결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지원단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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