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모든 쌀알에 번호를…"
현재의 바코드를 대체하며 미래 유통시장에 대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예견되는 차세대 바코드인 ‘EPC(Electronic Product Code) 네트워크’가 조만간 모습을 드러낸다.
C넷에 따르면 RFID 기술 및 표준 연구단체 ‘오토ID’는 5년간 개발해 온 RFID 활용 표준 ‘EPC 네트워크’를 오는 15일(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리는 ‘EPC 심포지엄’에서 전격 공개한다.
EPC는 시스템 내의 모든 개별 제품에 식별 번호를 부여, 스마트 태그와 무선 리더(reader)로 구성된 RFID 기술을 통해 생산 및 유통 정보를 일괄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인터넷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더 자세한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다. EPC는 96비트 포맷을 채택해 “지구 상의 모든 쌀알에도 고유 번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오토ID는 RFID 기술 연구를 위해 MIT대 주도로 93개 업체가 설립한 ‘오토ID센터’의 후신으로 일본 ‘유비쿼터스 ID센터’와 함께 차세대 유비쿼터스 기술을 주도해 온 비영리 조직이다. 지난 6월 미국과 유럽의 상품코드를 관리해 온 EAN·UCC의 통합기구인 ‘글로벌스탠더드원(GS1)’에 합병되며 이름을 오토ID로 바꿨다.
오토ID는 코드 배정, 기술 표준 정리, 관련 지적재산권 관리, 자료 발간, 사용자 지원 및 교육훈련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이번 행사에는 질레트와 존슨앤드존슨, UPS, 콜게이트, 하인즈, J C 페니, 펩시 등 대기업과 미국 국방성 관료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RFID 관련 시장조사회사 ‘ePC그룹’의 피트 아벨 연구원은 “EPC 네트워크의 공개는 차세대 유통 시스템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RFID 기술을 위한 무선 칩의 가격이 여전히 비싸서 바코드를 완전 대체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개당 25센트 수준인 가격을 1센트 정도로 떨어뜨리는 것이 관건이다. RFID 기술활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업계에선 초기 단계인 EPC 네트워크가 바코드를 대체하는데엔 대략 10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RFID 기술의 사생활 침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최근 월마트는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매장에서의 RFID 기술 시험을 취소한 바 있다. 그러나 월마트는 오는 11월 납품 업체들에 자사 유통센터의 EPC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아벨 연구원은 밝혔다. 이 회사는 납품 업체들에 2005년까진 공급 제품에 RFID 태그를 붙일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