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음악 P2P 제소 공방

 음악 파일교환(P2P)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 음반업계가 급기야 개인 P2P 사용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서면서 기업 이익과 개인 사생활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일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음악파일을 불법 교환한 개인들을 고소하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및 대학에 네트워크 사용자의 신원 정보 공개 영장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맹렬히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진행중인 몇몇 재판의 결과는 디지털시대 경제활동의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콘텐츠 보호의 필요성과 개인 사생활 보호 사이의 우선 순위 설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00여명에 영장=RIAA는 소송 제기를 위한 증거 수집 목적으로 지난 6월부터 ISP 및 대학들에 불법 파일교환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신원 공개를 요청하는 영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미 100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영장이 신청됐다.

 자연히 RIAA는 만만치 않은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RIAA의 영장을 받은 한 익명의 네티즌은 지난 25일(현지시각) 개인으로선 처음으로 “RIAA의 영장은 사생활 침해며 위헌”이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최대의 ADSL업체인 PBIS도 “RIAA가 우리 고객의 사생활을 침해하려 한다”며 소송을 냈다. 매사추세츠주 법원은 절차상의 문제를 들어 “MIT가 RIAA에 학생 신상정보 공개를 유보해도 좋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기업활동과 사생활 정면충돌=기본적으로 기업의 저작권 및 기업활동 보호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두 측면의 충돌이다. 그 배경에는 콘텐츠의 무한 복제와 정밀한 사용자 추적이 가능한 디지털 기술의 등장이 있다. 사생활 옹호론자들은 RIAA의 영장 청구가 개인의 사생활과 익명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전자프런티어재단은 “RIAA가 현실 감각을 잃었다”면서 “음반업체와 음악인, 소비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RIAA는 “온라인 파일교환은 익명의 행위가 될 수 없는 절도”라고 주장한다. 전화회사 버라이존에 대해 자사 네트워크를 이용한 P2P 사용자의 신원을 RIAA에 통보하라는 지난 4월의 법원 결정과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한다는 주장이다.

 ◇PBIS 재판이 분기점=향후 사건 전개와 관련해서는 일단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법원은 버라이존 사건의 경우엔 음반업계의 손을 들어줬지만 MIT 사건에선 대학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ADSL업체인 PBIS에 대한 재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회사는 대형 통신업체 SBC의 자회사라 RIAA에 맞설 만한 법률적·재정적 역량을 갖고 있다. ISP들은 절차 문제 등을 제기, 영장 청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RIAA를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재판에서 사생활 옹호론자들이 승리한다면 개인사용자 공략을 통해 P2P를 근절한다는 RIAA의 전략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DMCA 등에 비추어 볼 때 RIAA의 완전 패배는 가능성이 적다. 이럴 경우 전선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입김이 센 의회로 옮겨질 전망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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