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무거운 짐`을 자청하며

비즈니스차 중국 출장을 자주 가게 되는데 처음 인사하는 중국 사람에게 흔히 듣는 얘기가 “한국에서는 여성 기업인들이 사업하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말이다. 처음에는 ‘그들이 왜 저런 얘기를 할까, 도대체 한국에서 여성 기업인들이 사업하기 힘들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중국 출장이 잦아지면서 국장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과 사업을 하는 여성 기업인들을 만나 중국 여성들의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왜 그들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특수성이 작용하기는 했겠지만 중국 여성들은 사회 곳곳의 핵심 위치에 포진해 있었으며 가정내의 불평등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이제 중국은 여성들을 집 밖에 못 나가도록 발을 동여매던 ‘전족’의 악습에서 탈피해 세계 어느 곳보다 남녀 차별없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아마도 중국이 눈부신 발전속도를 거듭해 나가는 데에 그 절반은 여성이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중국과 또 다른 상황이다. 얼마전 일본 아키타현의 주지사를 비롯한 30여명의 공무원들이 서울의 한국여성벤처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 방문목적을 물어보니 오로지 일본의 여성 기업가 육성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국여성벤처협회로부터 한 수 배울 목적으로 왔다고 했다.

 그들에게 한국의 여성 기업 현황을 비롯해 정부 주도의 육성시책 및 여성벤처협회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질문공세를 해대며 한국의 여성 기업 육성에 대한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고자 했다.

 이들을 만난 후 우리 여성 벤처기업인들은 우리들이 힘들게 뿌리고 있는 지금의 이 씨앗이 후진에게 새로운 도전의 힘이 될 것이란 더욱 강한 믿음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여성인력 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고 여성 기업 육성정책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 등을 운운하는데 냉정히 돌아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사회 진출률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여성이 핵심적 지위까지 올라가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또 여성 창업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미미하고 세계적인 여성 기업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예로부터 여성이 강한 면을 지니고 있는 민족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만 보더라도 양궁을 비롯해 프로골프에서 세계적인 여자 선수들이 많이 있다. 우리도 이제 여성 인력 개발 전략을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기존의 여성 기업의 사업 형태는 주로 서비스업이 주류를 이뤄왔으나 현재 전문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여성벤처협회 회원사만을 집계해 보더라도 300개가 넘는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앞으로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지식기반 산업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더 크게 쓰일 수 있는 부문이다. 과거 산업사회와는 분명히 다른 산업트렌드가 형성되고 있고 변화된 사회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전문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서서히 역할변화를 꾀함으로써 적극적인 형태의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태동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여성들이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제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인프라를 형성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 스스로 더 높은 곳에 도전하고 어떤 일이든 해내는 의지와 어느 곳에서 누구와도 상대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갖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남성들이 힘겹게 지고 가던 무거운 짐의 절반을 여성에게 넘겨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미숙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mshan@heri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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