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가 ‘죽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뜻있는 과학기술계 인사를 포함한 대덕밸리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덕위기론’의 근거로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경영난에 따른 어려움과 연구단지 R&D특구 지정의 지연 내지 혜택 축소 가능성을 든다. 벤처기업이 어렵고 연구단지내 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이 국방예산 증액으로 인해 동결될 가능성 속에서 대덕은 죽어가고 있고 결국 그렇게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논리다.
이같은 주장의 밑바닥에는 벤처가 죽으면 연구단지도 죽고 연구단지가 없으면 벤처도 없다는 벤처기업과 연구단지 출연연이 ‘한몸’이라는 마인드가 깔려있다. 연구단지 출연연은 중앙정부의 지방분권화 방침에 따라 기능이 분화되고 있고, 참여정부가 내건 R&D특구의 방향은 지역별 요구에 묻혀 전남 함평의 나비특구나 경남 남해의 생선회 특구같은 형태로 가닥이 잡힐 공산이 커졌다.
그러나 벤처기업들의 목소리를 뒤집어 보면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정부의 R&D예산을 출연연에 더 풀어야 하고 연구 프로젝트 수주와 그 혜택을 벤처가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보인다. 정부가 인프라에 더 투자하고 심지어는 벤처 마케팅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가 읽힌다.
여기에는 ‘온실속의 화초’로 벤처를 키워온 정부도 책임이 있다. 체계적인 정책 구상과 중장기 계획에 따른 체계적 예산집행보다는 파이부터 키워놓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정책과 지원 남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여 이른바 ‘눈먼 돈’으로 치부된 정부 예산이 IMF 극복이라는 톱니바퀴와 맞물린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통부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을 통해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한 벤처기업이 우뚝서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지원평가 결과는 언제나 ‘양호’ 판정이었는데도 말이다. 정부도 출연연이 비난의 화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매듭이 꼬여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책임 소재 여부를 떠나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꼼꼼이 따져 보자는 사람은 여전히 안보인다. 그저 다들 ‘돈’만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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