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년 전만 해도 명절만 되면 특집 만화영화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만화영화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어린시절에 본 만화영화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게 마련이다.
70년대 말에 제작되었던 ‘똘이장군’을 볼 때는 다들 정말 공산당이 늑대나 돼지인 줄 생각했고, ‘로보트 태권V’는 너도나도 자랑스런 태권도를 배우게 만들었다. 그 주제가는 또 얼마나 뇌리에 깊이 박혀있던가. 그밖에도 ‘엄마 찾아 삼만리’ ‘미래소년 코난’ ‘프란다스의 개’ 등 많은 만화영화들을 통해 어린이들은 울고 웃으며 저마다의 꿈을 간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면서 애니메이션을 접할 기회가 없어지고,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이라는 사회적 인식 또한 강하게 자리잡게 되었다.
그것은 곧 사회적 투자나 지원시스템의 부족으로 이어졌고 한국의 창작 애니메이션은 결국 ‘국내 어린이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용 놀잇감’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최근에 픽사스튜디오에서 만든 ‘니모를 찾아서’는 2003년 미국의 최대 흥행작으로 기록되고 있고, TV시리즈 ‘심슨’ 또한 장기방영과 상업적 성공의 두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붉은 돼지’ ‘원령공주’ 등 장편 애니메이션이 극장 개봉 수익 1위에 오르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흥행성공은 애니메이션을 어른도 시간을 내어 함께 보는 ‘가족용’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것은 애들용, 이것은 성인용 하는 식으로 구분짓기에는 능수능란했지만 정작 함께 무언가를 공유할 ‘가족’이라는 개념을 놓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5일제 확산이나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 붐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조만간 가족이 함께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관련상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확산될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어린시절에 접하는 많은 콘텐츠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영상교육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서구 각국은 돈이 들더라도 정책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방송국의 어린이 콘텐츠 방영비중도 높은 편이다.
참여정부 또한 최근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용 애니메이션의 제작지원이 현실화되어 한국의 작품이 세계 각국에 진출하는 시도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고, 구분짓는 문화에서 함께 하는 문화로 우리사회가 변모한다면 애니메이션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거나 9시 뉴스 이전에 방영되는 일도 충분히 우리 눈앞에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김수훈·삼지애니메이션 대표 ceo@sa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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