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 IT뉴스의 현장]인도, 애니메이션 산업 눈뜬다

 인도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정보기술(IT) 아웃소싱뿐 아니라 영화 및 애니메이션 산업도 덩달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인도 애니메이션 업계는 우수한 ‘아웃소싱’ 기반에 자국 기업들의 IT를 결합, 컴퓨터 그래픽 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화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세계 최대 영화 제작편수를 자랑하는 인도 영화계, 일명 발리우드도 자국 IT기업들의 기술력을 이용해 디지털기술을 조심스럽게 도입하고 있다.

 인도 애니메이션 산업은 최근 ‘IT인도’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분야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에서 컴퓨터 그래픽, 3차원(3D) 영상 등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등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IT활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정보기술력의 강점과 우수한 아웃소싱 기반을 결합해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제작과정의 해외발주가 일반화돼 있으며 인도는 영어를 구사하는 우수 인력을 저렴하게 고용할 수 있어 아웃소싱의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인도소프트웨어서비스협회(NASSCOM)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은 인도 IT산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지난해 인도 애니메이션 업계 매출은 1억달러를 넘었으며 연 25∼3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펜타미디어의 경우 2000명의 직원을 고용, 미국 AOL타임워너 등의 유명 영화사가 맡긴 만화를 제작 중이다. 만화판 ‘왕과 나’, 3차원 애니메이션 ‘신밧드:안개의 베일을 넘어서’ 등이 대표작.

 한편 발리우드 영화계 역시 배급비용 절감과 화질 향상을 위해 디지털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의 영화 후반작업업체 애드랩스필름은 최근 싱가포르의 GDC와 제휴, 디지털 영사기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애드랩스필름는 내년 4월까지 인도 전역 400여개 극장에 디지털 영사시설을 도입한다. 인도의 1만2000여개 극장이 대부분 구형 릴 영사기를 쓰고 있어 일단 디지털기술이 도입되면 시장성이 상당할 전망이다.

 디지털기술이 도입되면 각 극장들은 디지털 필름서버와 디지털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하게 되며 영화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저장된다. 영화파일은 보안 처리돼 광섬유망이나 위성으로 전국 각지의 극장에 전송된다.

 디지털 영사기의 가격은 10만달러, 일반 극영화를 디지털화하는 비용은 5만달러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배급비용 절감이 장기적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인도에선 같은 영화가 각각 다른 때, 다른 지역에서 상영돼 영화를 먼저 개봉하는 극장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있다. 디지털기술이 도입되면 전국 어느 극장에서나 동시개봉이 가능해 극장들의 수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디지털 방식의 상영으로 불법복제 방지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손으로 그린 영화 포스터와 간판은 조만간 인도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포스터 제작은 이제 대부분 컴퓨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도 이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기술과 경제발전의 유탄을 맞은 셈. 그러나 옛날 수제 포스터는 향수를 자극하는 상품으로 시장에 나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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