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영리만 쫓다 일어난 인재"
북미지역 정전사태가 국내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쟁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캐나다 등지에서 대규모로 동시 발생한 정전사태는 발전·송전 설비의 노후화에 따른 발전소의 불시정지와 그로 인한 선로고장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지 민간 전력사업자들이 설비투자를 게을리해 일어난 ‘구조적 인재’라는 얘기다.
지난 15일 국내 전력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전력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현행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한전 전력산업구조조정실 관계자도 “이번 정전사태를 통해 영리만을 좇는 민영화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며 “전력 민영화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에 대한 미 연방정부의 공식조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그 원인을 둘러싼 국내의 분석이 지나치게 아전인수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설령 설비투자 미비가 원인이라 해도 이를 민영화 때문만으로 몰아부치는 것은 무리”라며 “미국의 경우 송전탑 하나 세우려 해도 관련 이익단체간 조율이 선행돼야 하는 등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정치·사회·문화 등 미국적 논리가 다양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한전이 자랑하는 30%대의 ‘넉넉한’ 전력 예비율도 따지고 보면 공기업의 방만한 설비투자에 따른 과잉공급의 결과”라며 “일반국민 입장에서 보면 독과점 체제에 의한 각종 비리나 비효율이 민영화의 몇몇 단점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는 발전부문에 이어 송·배전 민영화 역시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에도 전력은 공공재 차원에서 정부가 요금제도 등에 적극 관여할 것”이라며 “요금인상 승인시 그만큼의 시설투자가 병행되도록 감독할 것이며, 이를 의무화하는 법적장치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