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KT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더 이상 통신기업이란 쳇바퀴속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6월 한일월드컵에 맞춰 개관한 ‘HDS(Home Digital Service) 시연관’에서 보여줬듯이 미래의 디지털라이프를 구현하는 ‘종합IT회사’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월드컵 기간 HDS시연관을 찾은 외국기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선·무선·위성 등 초고속 네트워크가 통합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PC·PDA·TV 등을 이용하는 디지털 라이프의 실현은 어느 통신회사에서도 보지 못한 컨셉트였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KT는 유무선 통합과 통신·방송 융합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전열 다듬기에 한창이다. 이용경 KT 사장은 지난 19일 민영KT의 출범 첫돌을 맞은 자리에서 조만간 신사업추진조직을 통합 확대해 신성장사업 발굴에 전력투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더 나아가 ‘부동산사업’에도 뛰어들겠다고 해 관심을 모았다. 언뜻보기에도 KT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이 사장이 밝힌 KT의 부동산사업 요지는 전국 100여개의 전화국에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분양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전화국 자리에는 정보화 빌딩을 짓고, 여유 부지가 있는 곳에는 홈네트워킹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임대하겠다는 얘기다. KT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정관에 추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계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KT가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우선 돈 되는 수익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퍼져있는 전화국을 단순히 전화사업용으로만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울 것이다. 공기업때라면 모를까 민간기업으로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CEO의 비즈니스 역량 평가에도 마이너스다. 특히 디지털 라이프를 확산시키려면 홈네트워킹 아파트와 정보화 빌딩이 많이 들어설수록 좋다. 그걸 KT가 직접 손 대겠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기업 집단을 되돌아 보자. 처음에는 제품 하나정도 생산하던 회사가 둘, 셋으로 늘려가는 과정에서 공장 건설이 필요하고 물류센터도 지어야하고 번듯한 사옥도 필요하다. 그래서 건설회사를 세운다.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유통상가를 이용하다가는 또 유통회사를 직접 만든다. 계열회사가 늘어나다 보니 자금 흐름도 복잡해지고 커지자 금융회사를 추가한다. 기업의 정보화 수요가 늘어나자 이것도 직접 챙기기 위해 시스템통합(SI) 회사를 설립한다. 이래저래 회사를 늘리다보니 이른바 재벌이라 불리는 하나의 기업집단을 형성한 것이다. 물론 돈이 되는 수익사업임을 전제로 말이다. 중소기업 가운데도 처음에는 전문성을 살리다가도 규모가 커지면서 이리저리 눈을 돌리다가 중도 하차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성공하면 대기업 집단이 되고 실패하면 뱁새가 황새 쫓다가 쪽박 차는 케이스가 된다.
그렇다면 KT의 부동산사업 진출은 사업다각화일까, KT가 종합IT업체로 조속히 자리매김하기 위해 디지털 라이프를 확산시키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보면 훌륭한 사업다각화 모델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KT의 부동산사업 진출을 종합IT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동산사업이 IT사업은 아니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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