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기업들의 상반기 실적 집계가 마무리됐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여전했지만 지난 1분기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며 향후 회복 가능성은 보여줬다는 긍정적 분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매번 실적 발표 때마다 나타나는 기업들의 의도된 자료 발표 행태는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선 지적되는 것은 반기검토보고서 마감일에 몰려서 실적을 발표하는 관행이다. 실제 12월 결산 코스닥 등록법인 805개 가운데 700개사 이상이 집계 마감일인 14일이 돼서야 실적을 공개했다. 좋지 않은 실적을 미리 알리느니 여러 기업들에 묻혀서 슬그머니 실적 발표 시즌을 넘겨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의 잘못된 추정에 ‘침묵’으로 일관한 기업들도 있다. A사의 경우 상반기 실적 호전주로 여러 증권사에서 추천종목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 18일 공개된 성적표는 대규모 적자전환이었다. 일차 책임은 실적 추정을 잘못한 증권사들에 있다. 하지만 잘못된 실적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조용히 주가 상승세를 즐겼던 A사도 문제가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추정 실적을 낮게 분석해 자료를 내면 기업의 항의가 줄을 잇지만 실제보다 많은 실적을 예상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공시를 편법으로 이용하여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B사는 이달초 공정공시를 통해 회사의 상반기 순이익이 ○○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분기 실적과 비교할 때 B사의 2분기 실적은 60% 이상 감소했다. C사의 경우 공정공시를 통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만을 공개하며 큰 폭의 성장세가 나타난 것처럼 포장했다. 하지만 반기검토 보고서상에는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하며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들은 실적이 좋은 기업을 선호하게 돼 있지만 이와 함께 투명하고 깨끗한 기업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다. 실적 발표와 맞물려 눈속임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기보다는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알리는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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