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유력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A사 김모 사장은 매년 방송위에 제출해야 하는 사업자 실적보고 때마다 난감해 한다.
A사 김 사장은 “가입자 수 증감이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수신료 납입 산출 등이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객관적인 자료 정리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들려준다.
매출 규모로는 손에 꼽히는 복수SO(MSO)인 B사는 얼마 전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시 이용료를 초과해 징수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자회사인 중계유선방송사업자에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년여간 초과로 징수한 금액이 33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SO가 눈에 띄는 외형 성장에 비해 여전히 투명한 기업경영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임으로써 시장에서 소위 ‘구멍가게 운영자’로 홀대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크게는 그동안 지역밀착형 사업 방식으로 소규모로 기업을 운영하다보니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전략 수립보다 당장 가입자 확대에 주력해왔던 까닭이다.
단적으로 올들어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영세한 대다수 단일 SO들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장기비전 수립에 무관심해 실질적인 사업진척이 더뎌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대규모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차세대 통신·방송 융합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못함으로 인해 문제시되는 사례는 가입자들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나 PP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등에서도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
SO가 방송위로부터 승인받은 이용요금을 지키지 않고 임의로 가격을 책정하거나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사례는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울 정도다.
극단적으로는 지역내 사업자간 출혈경쟁으로 인한 비도덕적·비정상적 영업 행태까지 벌어짐으로써 대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계유선방송의 SO 전환 과정에서 동일 권역내 경쟁사업자들이 대다수 통합됐으나 경쟁매체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복수SO 지역의 가격 인하 및 마케팅 경쟁은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에는 SO들이 케이블TV 방송 서비스에 이어 자가망을 통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면서 이 시장에서 지나친 저가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최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협회내 윤리위원회를 통한 자정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 내부에서도 SO의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방송계 관계자들은 “SO가 일정 규모로 시장을 보다 확대하는 작업과 병행해 그에 걸맞은 투명한 기업경영과 윤리의식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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