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심했던 전자제조회사 안정성에 무게
‘효율성보다는 안전성’
지난 5월 전국을 떠들석하게 했던 ‘물류대란’ 이후 제조업체들의 물류전략이 비용절감을 통한 효율성 확대보다는 안전성 확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물류대란 등 비상사태에 ‘안정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움직임은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지난 물류대란 때 혼이 났던 전자 제조회사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정부와 학계·물류기업 등에서 강조해온 ‘물류비 절감 등 물류 효율화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대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물류시장의 대세인 물류 아웃소싱 중심의 3자 물류시장 확대 추세에도 역행해 물류산업이 오히려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자사 물류를 전담해온 자회사 토로스물류의 사명을 삼성전자로지텍(대표 정형웅)으로 변경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자를 정점에 두고 제품출고부터 최종소비자 배송까지의 물류체계를 정비해 토로스물류와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했다. 삼성전자로지텍측은 사명변경에 대해 “삼성전자의 제품운송 전담업체라는 이미지를 벗고 삼성전자 물류와 상품 서비스, 영업력까지 함께 수행하는 종합 물류 IT기업의 이미지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류업계에서는 물류대란 후 일기 시작한 기업 전반의 물류안전망 확보 추세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물류 자회사에 대한 통제와 장악력을 높여 물류분야의 위급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도 운송 전담사인 SLS의 경쟁력 확보보다는 자사내 물류지원그룹의 역할을 보다 강화·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달리 자회사 개념이 아닌 운송전담 용역업체로 SLS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LG전자는 물류대란 후 배송 체계에 안전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SLS에 보다 안정된 배송망 구축을 요구해 왔다. 또 자체 물류시스템 개발을 시작해 내년부터 배송 등 물류체계를 일원화하는 등 본사 중심으로 물류체계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10개 중소 운송업체에 공장과 물류센터간 상품 운송과 소비자 배송을 맡기고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배송망 다각화로 물류 안전성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물류센터 1곳당 1개씩 전담배치된 배송업체 외에 추가 배송업체를 확보해 긴급상황에 대비하며 오산 물류센터 등 신규 물류센터를 개장해 자가물류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진형인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회장(한국해양수원개발원 부원장)은 “효율보다는 안전을 중요시한 대기업의 물류방향은 단기적 처방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전문 물류기업과의 협조체계를 통한 효율성에 중심을 두게 될 것”이라며 “물류 자회사나 협조관계에 있는 전담 물류업체에 대한 다각도의 지원으로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