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벤처단체 유명무실·

 지방 벤처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결성된 대구지역 벤처 관련 단체들이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대구지역에는 명칭만 조금씩 다를 뿐 회원사들이 중복되고 사업 내용까지 비슷한 벤처 관련 단체 4∼5개가 무더기로 생겨났다. 이렇게 설립된 단체들이 최근 불황을 맞아 실질적인 활동을 펴지 못해 대구지역 벤처기업인들에게 혼란과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고 회원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벤처 관련 단체 현황=대구지역의 벤처기업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벤처기업대구경북지역협회(현 대구경북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이듬해인 지난 2001년 말 대구지역 10여개 정보기술(IT) 관련 벤처기업 대표 모임인 아이티커뮤니티가 결성됐다. IT기업의 공존을 취지로 구성된 아이티커뮤니티는 이듬해 회원들이 투자한 디지털테크날러지라는 회사도 설립했다.

 또 올해 들어 지난 4월 대구경북지역 벤처 관련 단체들을 하나로 묶는 대구경북첨단기업연합회가 출범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지방 벤처기업의 전국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취지의 지역혁신기업연합회까지 창립대회를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문제점과 해법=우선 세부 운영방침과 예산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출범만 해놓고 보자는 식의 단체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출범 이후에는 특별한 사업도 없이 껍데기뿐인 조직으로 남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아이티커뮤니티는 출범 당시 젊은 IT기업인들로 결성돼 지역 IT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구성원의 참여 부족과 불협화음으로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또 벤처단체간 유기적인 협력을 위해 조직된 대구경북첨단기업연합회도 현재 유명무실해졌고, 지역혁신기업연합회도 아직 세부적인 사업 없이 2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벤처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첨단기업연합회는 지역의 여러 벤처단체를 하나로 묶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내년부터 새로운 인물이 연합회를 이끌고 사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을 진행할 예산과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리더만 바뀐다고 사업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게다가 회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들 단체의 구성원들이 회비 납부에 극히 부정적이라는 점도 사업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벤처기업 I사 L 사장은 “기업들이 회비도 안내고 바라는 것만 많아서는 안된다”며 “자신들이 해야 할 몫을 먼저 하고 난 뒤에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예산이 없다 보니 대구경북지역협회와 대구경북첨단기업연합회·지역혁신기업연합회는 통틀어 단 2명의 직원이 일을 보고 있다. 결국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단체 구성원을 위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것이 지역 벤처업계의 지적이다.

 김영문 한국소호진흥협회 뉴비즈니스연구소장은 “벤처 관련 단체의 리더라면 자기 기업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단체가 추구하는 사업들을 구성원을 이끌고 앞장서 추진해나가는 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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