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 등락과 이에 연동한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에 철저히 휘둘리는 모습이다. 시황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독자적인 상승 모멘텀이 부족해 자생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경기가 확실히 호조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거나 수급이 개선되는 등 요인들이 부각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천수답 장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시기에는 지수에 편승하는 투자보다는 재료나 실적을 보유한 개별 종목들 위주의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을 예상한 업종 대표주 저가매수를 권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증시·외인 매매에 휘둘리는 증시=국내증시는 미국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 동반 하락하고 수급상황이 다소 개선되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기조적으로는 여전히 순매수세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주변여건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기관과 개인들의 참여가 미미한 상황에서 최대 매매 주체인 외국인들의 불규칙한 모습은 불안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모습일 뿐 중장기적 매수기조는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의 자생력이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9·11테러 이후처럼 700선을 넘어선 후 기관과 개인들이 주도하는 장세가 재현될 가능성은 있다”며 “외국인들도 의미없이 미증시 등락을 쫓는 것이 아니고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매수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급등·옵션만기일 영향력 축소=최근 미국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는 금리이슈였다. 장기 금리의 급등으로 저금리에 근거한 경기회복 기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장기 금리의 상승속도가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87년 10월과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주식시장의 불길한 전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행 금리를 유지하고 당분간 저금리 체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러한 우려감은 상당 부분 진정됐다.
또 14일 옵션만기일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매수차익거래잔고는 약 1조원 수준으로 지난달 초에 비해 줄어든 상태고 이 가운데 옵션 관련 잔고는 15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물론 만기일 마감지수의 변동폭을 확대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증시 영향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종목선정은 중장기적 관점에서=최근 증권사들의 추천종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단기와 중장기 시황 전망에 다소 차이가 있고 회복속도에 대한 시각차이도 드러나고 있어 투자전략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증권 이필호 연구원은 “이럴 때일수록 전통적인 방법인 업종이나 스타일별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이익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익 전망이 양호한 종목 중에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미진한 중소형주, 중장기적으로는 경기회복에 대비한 업종 대표주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중요한 거시지표가 이번 주말 발표될 예정이어서 방향성 탐색 과정은 이번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를 권유하는 목소리에 다소 힘이 실리고 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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