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기업인수시장의 육성

 지난 7월 세계적인 투자전문회사 칼라일그룹이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의 항공사업을 15억유로(17억3000만달러)에 인수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인수 주체는 이탈리아의 방산업체인 핀메카니카와 미국의 칼라일이 공동출자한 아비오홀딩스며 칼라일은 이 거래에서 전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90년대 벤처투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 칼라일은 최근 들어 이런 기업인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의 벤처캐피털로 명성을 날리던 스리아이 역시 기업인수로 주종목을 바꿨다.

 골드만삭스는 요즘 일본시장에 관심이 많다.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비해 부실채권 인수나 부동산 매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내 2위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부실채권정리 전문회사를 세우기로 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골프장 20개와 호텔 3개, 온천 6개를 보유한 골프장운영업체 료쿠에이를 인수해 최대 골프장운영업체로 부상했다. 현재 골드만삭스가 보유 중인 일본 내 골프장은 총 79개에 달하며 골드만삭스는 일본 내 부동산 투자액을 총 1조2000억엔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한다.

 국내 업체들도 이제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투자전문회사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KTB네트워크의 경우도 지난 99년 6월 바이아웃시장에 뛰어들어 2001년부터는 벤처투자 분야보다 바이아웃 분야의 투자에서 앞서기 시작했으며 작년 말부터 바이아웃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분투자업체가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과하는 등 계속 긍정적인 결과물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아웃 투자는 주로 비상장기업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에 사모 형식으로 펀드를 조성해 지분을 투자하는 직접투자다. 지분참여뿐만 아니라 경영권에 직접 개입하고 M&A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투자방식이며 이를 통해 투자를 받는 업체로서는 재무건전성 등이 제고되고 투자기업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윈윈모델이다.

 그동안 국내 바이아웃시장을 주도해온 ‘큰 손’은 외국계 자본이었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노력과 국내 기업들의 주가하락 등이 맞물려 외국 자본이 바이아웃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게 됐으며 이들은 거의 예외없이 엄청난 규모의 투자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이보다 뒤늦은 99년 무렵부터 뛰어들기 시작했으며 이제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한 단계다.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아웃시장 진출은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기업의 상시 구조조정 체제가 정착되면서 국내 자본들이 외국계와 경쟁하며 바이아웃시장 참여가 이제 본격화되고 있지만 사실 중견기업 이상의 업체에 국내 투자회사들이 문을 두드린 것은 기껏해야 1년 남짓 됐다. 외국자본이 역차별이라는 세간의 비판 속에서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막대한 부를 챙기고 있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시장의 변두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국내 투자업체들은 짧은 연륜에도 기업의 경영정상화 및 수익실현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벤처캐피털이 투자전문회사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은 국내 자본의 육성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며 이를 위해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범위 확대와 시행, 사모 M&A펀드의 운용 주체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해 세계 M&A시장 규모는 1조3229억달러로 2001년에 비해 39% 감소했지만 올 상반기 5200만달러를 기점으로 대형 M&A건이 속속 체결되면서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상반기 아시아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1060억달러로 세계시장의 20%를 차지해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의 5%에 비해 4배나 확대됐다. 중국기업의 잠재수요를 감안하면 세계시장의 3분의 1 규모까지 성장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화의 초기단계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수출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했듯 이제 급신장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시장은 또다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우리에게 차원 높은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투자전문회사의 육성과 발전은 과거 종합상사 육성의 의지로 뒷받침해도 좋다.

◆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 oykwon@kt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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