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브랜드(PB)’ 상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PB는 소매업체가 브랜드를 만들어 생산자에게 하청이나 아웃소싱하는 방법을 말한다. 삼성이나 현대 같은 제조업체가 만든 상표가 ‘내셔널 브랜드(NB)’라면 삼성몰이나 이마트처럼 유통업체의 브랜드를 붙인 상품이 바로 PB상품이다. PB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불황으로 ‘알뜰쇼핑’이 일반화되면서 PB상품 매출도 덩달아 수직상승하고 있다.
이미 백화점·할인점 등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몰· TV홈쇼핑 등 지명도를 갖춘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PB상품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상황이다. 인터파크와 다음쇼핑은 20대 초반 소비자를 겨냥한 캐주얼의류 PB상품을 공동으로 개발중이다. 롯데닷컴도 30만원대의 러닝머신이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전문업체와 손잡고 PB제품을 내놓았다. SK디투디의 가전 PB ‘이쿨’은 전체 가전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해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할인점 중에서는 롯데쇼핑이 신동빈 부회장 주도로 세계적인 PB회사인 미국 데이몬과 손잡고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판매할 PB상품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롯데는 특히 가격뿐 아니라 품질까지 고려해 가격을 앞세운 ‘밸류(value)급’과 고급 품질을 강조한 ‘프리미엄(premium)급’으로 구분해 개발할 계획이다.
PB상품의 강세는 시장에서 유통업체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됨을 뜻한다. 이전에 마케팅이나 유통채널은 제조업체의 보조수단이었다. 기술력 있는 제조업체가 좋은 상품만 만들면 유통채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장논리였다. 하지만 PB는 시장의 주도권을 유통업체가 쥐고 제조업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격이다. PB상품이 전체의 30%를 넘어선다는 월마트는 제품과 디자인 개발 때부터 깊숙이 관여해 제조업체를 리드하고 있다. 심지어 제조업체의 고유권한인 가격결정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PB상품은 결국 제조와 유통의 경계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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