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조정위·민간수석간사제 등 도입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관련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 선정과정에서 ‘과학기술자문회의’에 주도권을 빼앗긴 국과위의 기능과 위상이 어떻게 재정립될 지 주목된다.
국과위는 산하 ‘연구개발전문위원회’와 ‘정책전문위원회’를 신설된 ‘기획조정전문위원회’로 통폐합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최근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국과위 본연의 임무 중 하나인 정부 부처별 R&D 등 사전 조정기능을 제고하겠다는 포석이다.
국과위는 이와 함께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새로 ‘민간수석간사제’를 도입,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임명했다. 현재 과기부장관이 간사위원을 맡는 등 과기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국과위 운영에 산자부 등 일부 부처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간 수석간사를 둠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것.
국과위는 또 이번에 차관급 인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위원 수를 기존 최대 30명에서 35명으로 확대하고, 새로 박기영 수석간사와 특허청장을 새 운영위원으로 보강했다. 운영위원회는 장관급 회의인 본회의 이전에 주요 과학기술 정책의제를 심의, 의결하는 핵심기구다.
그러나 이번 조직개편에도 불구, 국과위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하다는게 과학기술계의 중론이다. 우선 민간수석제 도입에도 불구, 과기부가 여전히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국과위에 대해 일부 부처의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데다 사무국을 독립시킬 경우 과기부의 입지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과학기술자문회의의 위상강화 움직임도 변수. 청와대는 최근 자문회의를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의 ‘TFT’이자 ‘싱크탱크’로 활용한다는 방침 아래 대대적인 조직 및 기능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법인 ‘과학기술자문회의법’개정을 추진, 당정협의중이다.
자문회의법 개정안의 골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김태유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사무총장으로 하고 주요 R&D부처 장관 등 위원수를 대폭 확대한다는 것. 이는 국과위에 버금가는 조직인 셈. 특히 자문회의는 독립 사무국을 갖고 있어 기능과 위상이 국과위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법적으로 자문회의는 ‘자문’에, 국과위는 ‘심의·의결’이라는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의지와 명분만 있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대목이다. 과기계의 한 관계자는 “새단장에도 불구, 국과위의 위상과 앞날은 자문회의, 과기부 등과의 역할분담, 특히 각종 위원회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