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축구 경기장에 선수들간의 볼다툼이 치열하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반칙까지 발생한다. 그러나 판정을 내려줘야할 심판은 나타나지 않는다. 뭔가를 심각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심판은 오히려 선수들의 눈치를 살피며 다시 하던 일에 몰두한다. 심판이 경기진행은 나 몰라라하고 휴대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그린 TV광고 내용이다.
이같은 광고내용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요즘 들어 카페나 지하철 등에서 휴대폰을 붙들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티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신문 대신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 게임을 즐길 정도로 짜투리 시간을 모바일게임으로 채우는 마니아가 크게 늘고 있다.
어느덧 말도 안될 것 같은 풍경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할 정도로 모바일게임이 우리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풍속도는 잠시라도 무료한 시간을 참지 못하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다. 모바일게임 자체가 짧은 시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요즘 신세대들에게 모바일게임은 킬링타임용으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게임의 종류와 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물론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나 화질, 게임성 등이 대폭 향상되고 있다. 또 실시간으로 통화를 하며 게임을 해야하는 네트워크 게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이 1000원 내외에서 한번 다운받으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저렴하다. 짜투리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모티즌들이 모바일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하다.
모바일게임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SKT와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서비스중인 게임 수도 어느덧 1000여종 가까이에 이른다. 종류도 고스톱이나 카지노게임과 같은 네트워크 게임에서부터 롤플레잉게임, 슈팅게임, 액션게임, 스포츠게임, 아케이드게임, 퀴즈게임, 퍼즐게임, 보드게임, 성인게임 등 모든 종류의 게임이 녹아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폰고도리’를 필두로 네트워크 기능이 가미돼 다른 이용자와 대결을 벌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은 이미 남녀노소가 즐기는 인기게임이다. 그러다보니 고스톱게임의 종류도 크게 늘어 일각에서는 모바일게임도 너무 사행성 위주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이 꼭 고스톱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탑블레이드’나 ‘하얀마음 백구’처럼 어린이를 위한 게임도 많고 ‘달려라 하니’ ‘헬로키티 퍼즐나라’ 등 여성을 위한 게임도 많다.
기존 온라인게임과 연계해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도 속속 등장해 게임마니아들이 꼭 PC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틈틈이 선호하는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 들어서는 ‘이게 휴대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인가’하는 의아심이 들 정도로 모바일게임의 해상도도 높아져 모티즌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기도 한다. 휴대폰의 기능은 물론 해상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혜택이다.
최근의 추세라면 매년 휴대폰의 성능과 해상도가 높아져 몇년 후에는 PC게임이나 온라인게임들이 그 기능 그대로 휴대폰 속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모바일게임에 위치추적서비스나 통화기능,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 등을 결합한 형태의 퓨전모바일게임도 벌써 구상단계라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모바일게임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의 플랫폼인 휴대폰은 이미 지난해 1350만대 이상이 보급될 정도로 대중화된 상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체 국민 4명 가운데 1명은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어린아이와 초·중·고생 등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연령층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보급률은 더욱 높다.
이같은 현상은 벌써부터 모바일게임이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모티즌들은 휴대폰 속에 한두가지의 게임을 담아 가지고 다닐 정도다. 그 때문인지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시간, 심지어는 미팅을 하다가 서먹해지는 시간까지도 그들 손아귀에 속속 파고 들고 있는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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