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대숲 거닐면 맑은 바람이 `솔솔`

 담양을 찾은 날, 마침 장날(2일·7일)인지라 양강천변이 장꾼들로 가득했다. 잡화점, 생선전, 과일전, 야채전 등 저마다 시끌벅적한 장터를 일구고 있다. 대나무와 죽세공의 고장 담양은 죽시장으로 유명했다. 옛날에는 죽물시장이 거창하게 서곤 했는데 요즘은 따로 장이 서지 않고 죽제품을 파는 가게들만 몇 군데 남아 있을 뿐이다.

 담양을 가로지르는 양강천변에 놓인 관방제림은 요즘 같은 여름철 담양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조선 인조 때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었으며, 철종 때 숲을 조성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 느티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음나무 등 고목들이 두터운 그늘을 드리운다. 한여름 땡볕을 피해 놀러나온 동네사람들은 의자나 평상에 둘러앉아 장기를 두거나 이야기꽃을 피운다.

 담양하면 대부분 소쇄원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소쇄원은 몇 채의 정자를 세우고, 자그마한 연못을 파고, 야트막한 담장을 두른 것 외에는 자연을 그대로 두어 자연스러운 멋이 살아 있다.

 얼마 전 내린 집중호우로 광풍각 지붕 일부가 허물어져 내려 지붕 위에 천막을 씌워 두었는데 광풍각과 정원의 기막힌 어울림을 볼 수 없어 아쉽다. 게다가 방문자들이 워낙 많아 고즈넉한 맛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명옥헌이나 독수정, 식영정 등 근처의 다른 정자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

 명옥헌 앞에 작은 연못을 두고 그 주변으로 노송이며 배롱나무들이 가득하다. 요즘은 백일홍이 만발해 특히 아름답다. 식영정은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곳으로 솔숲에 아늑하게 덮인 정자와 바로 앞으로 내려다보이는 광주호의 풍경이 그윽하다. 식영정 바로 옆에 가사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학창시절 외우곤 한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성산별곡’ 등 가사 작품들 가운데 상당수가 담양 고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면앙정가의 면앙 송순, 성산별곡의 송강 정철로 대표되는 가사문학, 임억령, 양산보, 김인후, 유희춘, 김성원, 고경명 등이 주축이 된 시가문학을 두루 맛볼 수 있다. 가사문학관에 들러 작품과 인물에 대해 알아본 다음 가사작품이 탄생한 정자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담양을 처음 찾는 이들이 감동하는 것은 정자나 대나무가 아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시원하게 하늘로 뻗어 올라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도로 양쪽에 심어둔 메타세쿼이아는 높게 자라 터널을 이룰 정도다. 짙은 초록빛을 발산하는 가로수 길을 달리다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도로에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두었지만 가장 오래되고 보기 좋은 곳은 담양군청 쪽에서 금성면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시가지를 벗어나 조금 달리다보면 최근에 새로 만든 도로가 나오는데 첫번째 사거리에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진입할 수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 차를 세워두고 가로수길을 거닐기도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달려 금성면으로 접어들면 대밭이 보기 좋은 대나무 테마공원과 산 정상의 능선을 따라 쌓은 금성산성, 담양호, 추월산 등으로 이어진다. 금성산성 입구 바로 옆에 지난 7월에 문을 연 담양리조트가 있다. 온천과 야외수영장, 호텔까지 갖춘 곳으로 호텔은 9월 개장이다. 야외수영장에는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주말이면 만원을 이룬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가족탕과 야외수영장을 고루 이용하면 좋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금성산성 트래킹이나 영산강 시원지인 가마골 트래킹이 좋다. 가마골은 시원한 계곡과 숲길, 출렁다리가 있어 여름철에도 그리 덥지 않게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금성산성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라 그늘이 적고 물이 없는 것이 단점. 하지만 산성 위에서 내려다보는 담양호와 추월산 전경은 장관이다. 금성산성 아래에 연동사라는 자그마한 절도 찾아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노천에 법당이 있는데 자연 암벽 아래 석불을 모신 것이 이색적이다.

 <글·사진=김숙현 여행작가>

 <여행정보>

 ·교통: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으로 빠져나간 다음 우회전한다. 굴다리를 지나 나오는 마을에서 담양 표지를 따라 좌회전. 백양사에서 담양으로 이어지는 15번 국도를 따라 20분 정도면 시가지 중심에 이른다. 소쇄원을 비롯한 정자들은 담양군 남면에 몰려 있다. 읍내에서 광주방면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화순으로 연결되는 887번 지방도로로 좌회전해서 표지판을 따라 계속 간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읍내에서 금성면, 순창 방면으로 빠지는 24번 길이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꼽힌다. 담양군청 관광과 전화 (061)380-3223∼4

 ·맛집: 담양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죽순요리와 떡갈비. 죽순은 봄철에 캔 다음 냉동보관을 통해 1년 내내 맛볼 수 있다. 매콤하게 무쳐내는 죽순회, 죽순된장국, 대통에 밥을 하는 대나무통밥 등 대나무 및 죽순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대나무통밥집(061-382-1999)을 비롯해 담양 곳곳에서 대통밥을 선보이는 집들이 많다. 떡갈비도 유명한데 읍내에 두 군데의 유명한 떡갈비집이 있다. 덕인갈비(061-381-2194)와 신식당(061-382-9901)이 그 곳. 한우 갈비살을 잘게 다진 다음 다시 갈비에 붙여 고소하게 구워낸 맛이 일품이다. 이 두 곳에서도 대통밥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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