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부자가 되는 법’과 ‘자존심을 회복하는 법’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책이 불경기에 많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일 같다. 그런데도 굳이 그러한 책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 보면 안정을 희구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불안정한 사회, 직장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이 자본, 즉 돈이라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자존심을 회복하는 법에 관한 책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불경기에 돈을 벌거나 또 어려운 상황에서 버텨내려면 자존심을 낮추거나 버려야 할 법한데도 자존심 회복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상식밖의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존심 문제도 ‘부자 신드롬’과 관계가 있다. 오늘날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부자가 되려고 애를 쓰다 실패를 맛본 사람이 적지 않고 바로 그 시점에서 자신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된다. 그때 찾는 책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법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실패에 따른 물질적 영향은 과거보다 감소한 반면 심리적 영향은 훨씬 커졌다.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실패한다고 해서 생활고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패로 인해 실직하거나 재산 및 수입이 감소하면 자기 자신을 가치가 더 떨어진 인물로 느끼게 한다. 승자를 사랑하는 세계의 관점 속에서 자신이 패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심리적 상실감은 심지어 자살로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최근에 자살률이 높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자존심을 상실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는 활기가 떨어진다. 그것은 산업체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일의 능률을 떨어뜨려 생산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는 사이클을 타고 상승할 수도 있지만 잃어버린 자존심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복되기 어렵다. 사회가 건강하고 직장이 활기가 넘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부문이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의 자존심 회복을 도와주어야 할 때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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