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많이 들어 아이 낳기가 겁난다고 한다. 공교육이 무너졌고 학원을 더 중요시 여기며 학교 교실에서는 낮잠자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 청년실업에 구직자는 넘치지만 기업에서는 뽑을 인재가 없다고 한다. 취직이나 승진 등 여러가지 면에서 실력보다는 학연이 크게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필자는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관련 많은 문제는 우리나라의 교육체제가 대학의 입학시점에는 공정한 평가가 있음에 반해 졸업 시점에는 공정한 평가 잣대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세계가 더욱 개방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학력보다는 실력으로 좋은 인재를 뽑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 실력을 손쉽게 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수 백개가 되는 대학에서 무슨 교과과정으로 어떻게 가르쳐 얼마나 공정하게 학점을 부여했는지 알 수도 없고 신뢰할 수도 없다.
공개채용의 경우 수백대 일까지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험을 볼 것인가 감당이 안된다. 비용을 절감하면서 안전한 방법이 바로 명문대학 출신인가를 먼저 쳐다보는 것이다. 대학 입시는 전국적으로 가장 공정한 조건에서 치러진 것이므로 그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손쉬운 방법인 것이다. 공정하게 치러진 수능 점수에 따라 대학간 학생들 평가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로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대학생은 고등학생 때보다 훨씬 공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생의 승부가 대학 졸업 때가 아닌 대학 입학 시점에 이미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에서 원하는 전공 실력이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되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한 실정이다. 승부를 대학 입학 때가 아니라 졸업할 때로 바꾸는 방법, 바로 그것이 우리의 교육문제 및 학벌주의 해결의 핵심이다.
따라서 학벌주의를 극복하는 한가지 방법은 기업이나 국가에서 실력으로 뽑을 수 있는 좋은 잣대를 만들어놓는 일이다.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데 토플 혹은 TEPS 점수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각각의 전공에 대해서도 학사학위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졸전공능력시험’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시험의 범위와 난이도 등은 기업의 요구와 학문의 발전 및 국제적인 학문 흐름 등을 모두 고려하여 출제해야 한다. 실기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공 분야에서 이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며, 이 시험이 다룰 수 없는 부분은 면접에서 반영하면 될 것이다. 특별히 이공계 분야는 이 시험의 효용이 더 클 것이다. 이 시험은 대입 수능시험이나 고시시험처럼 정부에서 시행하여 공정하고 일관성을 확보해야 하며, 대졸전공능력시험은 합격 여부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 대입수능시험 처럼 점수와 몇 % 안에 드는지 통계적인 위치도 알려주어야 한다.
필자가 기술고시와 공무원 임용, 기사자격증 및 대학 입시 관련하여 참여해 보니 정부 및 대학에 이 시험을 시행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과 조직이 있음을 보았다.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도입 실행된다면 대학생도 공부할 것이며 회사는 결코 어느 대학 출신인지를 묻지 않고 효율적으로 실력 있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점수 좋은 인력이 아닌 전공능력 있는 실력 있는 인재가 대우를 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낮은 전공능력시험 점수를 얻은 명문대생은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며 비명문대생도 역전의 기회를 한번 더 갖게 되므로 학벌주의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문제 해결과 공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을 줄 것이다.
서울대에서 입학생에 대한 지역할당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더 많은 예산도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학벌주의 해소 및 전공능력 강화와는 관계없다. 정부는 미봉책이 아닌 학벌주의 해결에 초점을 맞춰 대졸전공능력시험 시행을 신중히 검토하길 기대한다.
<정태충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tcch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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