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통신사업 왜 `배수진`치나

 LG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직접 겨냥, 벼랑끝 전술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는 5일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유상증자안이 부결될 경우 그룹 통신사업까지 접겠다는 정홍식 통신총괄 사장의 발언은 반대진영인 삼성전자·SK텔레콤은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통신시장 전체에 미칠 여파까지 고려하라는 ‘경고’의 뜻이다.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SK텔레콤은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기존 구도과 변함없는 형국이다. 임시주총까지 불과 5일을 앞두고 LG와 삼성전자·SK텔레콤은 전면전과 극적인 합의 사이에서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LG의 제안=이날 LG 정홍식 사장의 발표는 한마디로 유상증자를 전제로 총 1조5000억원 상당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며 9월부터 그룹내 후발사업자군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LG가 외자유치를 무산시켰다’는 유상증자 반대측의 논리를 허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자유치의 성격도 이전과 달라졌다. JP모건과 6억달러 규모의 장기론, AIG 컨소시엄과 2000억∼3000억원(주당 2500원) 규모의 자본투자로 보다 구체화됐다. 특히 AIG 컨소시엄의 투자는 지난 협상때와 달리 경영권을 LG측에 보장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어서 LG 입장에서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 사장은 유상증자가 결정되면 9월말까지 하나로통신·데이콤·파워콤·LG텔레콤을 아우르는 구조조정 액션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중 △구조조정·자금조달 방안 및 통신사업 기업지배구조 개선 △자회사간 사업조정 △신규사업 △네트워크 △기업문화 및 백오피스 부문 등 5개 분야에 걸쳐 세부 연구팀을 구성하겠다는 이전보다는 다소 진전한 안을 내놓았다.

 ◇LG의 의도와 주위 반응=이날 LG의 발표는 여론몰이를 통해 삼성전자·SK텔레콤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유상증자를 성사시킬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 임시주총에서 유상증자안이 부결되면 LG그룹은 더이상 통신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 나도 포기할 것이다”는 정 사장의 언급에서 LG의 의중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 사장은 “지난번 정통부 장관 면담에서 LG가 외자유치 대신 유상증자를 들고 나온 만큼 책임지라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다”면서 “그러나 유상증자외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부 대주주나 정통부도 정보통신산업을 위해 대승적 접근을 해주기 바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최대 변수인 삼성전자·SK텔레콤은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정통부는 “LG가 유상증자 성사에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특정 기업의 주총에 정부가 관여할 수도, 필요성도 없다”면서 중립적인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주주로서 하나로통신의 회생을 위한 공식 입장은 예나 지금이나 외자유치라는 생각에 변함없다”면서 “본질적으로 LG의 제안이 변함없는 만큼 유상증자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극적인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홍식 사장이 “이런 협상은 전날 밤에 타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분들(반대주주들)이 손해보지 않게 하겠다”고 한 발언을 새겨들어볼 만하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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