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출시 이후 게임시장과 PC·주변기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엄청난 물량 마케팅 전략과 함께 지난 9일 선을 보인 ‘리니지2’는 현재까지 동시접속자수 6만6000명, 누적 가입자수 70만명을 넘는 등 기대 이상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맞춰 PC와 주변기기업계도 3D게임에 적합한 고성능PC·그래픽카드·마이크로프로세서·메모리 등의 업그레이드 수요를 잡기 위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런 뜨거운 경쟁 열기만큼이나 엔씨소프트의 마케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단순한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래픽카드 등 관련기기들을 직접 매입해 절반가격으로 PC방에 공급하며 출혈경쟁을 야기시켰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엔씨소프트가 PC방에 공급한 대만 아수스텍의 제품을 취급해온 대리점들은 가격대응에 뒤져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 국산 그래픽카드업체들도 더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내놓고는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마케팅이 시작된 이후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연쇄적으로 폭락했으며 제품 라인업간의 가격 균형도 붕괴돼 관련 유통업체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엔씨소프트가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내놓은 ‘리니지2 전용 PC’도 조립PC에 버금가는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논란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이미 경쟁 PC업체들도 삼성과 비슷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으며 출혈경쟁에 나섰다.
최근 수요부진이 장기화되면서 PC·주변기기업체들은 게임업체와의 공동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PC업계는 고성능 부품의 판매를 원하고 게임업체는 화려한 그래픽을 재현할 고성능 PC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동 마케팅의 의미처럼 게임업계와 PC업계가 모두 윈윈하기 위해서는 양 시장 모두를 고려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요란한 이벤트가 끝난 뒤 PC·주변기기시장이 더 황폐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엔씨소프트와 PC업체들 모두 최근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되돌아볼 시점이다.
<디지털경제부·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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