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Pv6 개발 `시큰둥`

 미국이 새로운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개발에 소극적이어서 IPv6 확산이 늦춰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C넷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와 유럽 각국이 IPv6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충분한 IP어드레스를 확보한 미국은 IPv6에 무관심해 이대로라면 미국이 IPv6의 세계적 확산의 장애물이 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술개발에서도 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IPv6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 활성화 전략수립, 산·학·연 협력 등 중장기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활발히 추진해 오고 있다. 미국 이외의 각국 IT기업들도 이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술개발 의욕을 보이고 있다.

 NEC 등 일본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IPv6 지원제품 출하의사를 밝혔으며 휴대폰업체인 소니에릭슨과 히타치가 조만간 올 IPv6 수요를 기대하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인 NTT도코모도 오는 연말 출시 예정인 IPv6 휴대폰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이밖에 핀란드 노키아가 IPv6 휴대폰 시제품을 개발 중이며, 말레이시아 이통업체 맥시스도 서비스 의사를 밝혔다.

 반면 미국에서는 오는 2008년까지 IPv6를 도입키로 한 국방부와 차세대 운용체계(OS)에 IPv6 지원기능을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컴퓨터,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주니퍼네트웍스 등을 제외하고는 IPv6 도입에 따른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기존 주소체계인 IPv4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전세계 43억개의 IP어드레스 가운데 70%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Pv4 주소는 10억개 가량 여유가 있다. 충분할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가에서 조만간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인도와 유럽 각국은 당초 주소를 덜 할당받았거나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는 휴대폰 등 단말기의 보급 확산으로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오범의 이에인 스티븐슨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43억개 가운데 70%가 이미 사용됐다”면서 “아시아는 2∼3년 안에 주소체계가 고갈되겠지만 기타 지역은 4∼5년 내에는 이런 사태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며, 특히 미국은 당분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IPv6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인터넷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IPv4 고갈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IPv6는 인터넷전화, 무선ID 등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차세대 인터넷인 ‘인터넷2’를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자국이 IPv6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30년 전 첫선을 보인 IPv4는 32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43억개의 주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128비트인 IPv6는 이론적으로 무한개의 주소를 만들어내 인터넷 단말기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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