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결같이 IMF 때보다 기업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게다가 시중에 떠도는 자금은 많아도 절대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인 분위기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벤처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서울의 어느 창업보육센터의 경우 불과 2년 전에 졸업한 80개의 업체 중 남아있는 업체가 불과 3∼4개밖에 안된다고 한다. 벤처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두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원인이 이제까지의 벤처기업 육성정책 때문일까 아니면 현재 사회전반의 불경기 탓인가.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통해서 많은 스타기업들이 탄생해 IT산업을 한단계 높이는 데 일조했고 IMF 시기에 100만명 이상 실직자의 고용창출을 이루는 등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어려움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책의 시행착오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당시의 벤처기업 4만개 육성정책은 벤처기업을 질보다는 양적인 확대에 주력해 실력없는 벤처기업을 양산시켜 많은 벤처기업들이 무너졌다.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우 제2의 도시인 부산만 하더라도 시장기반이 약한 실정이다. 중소도시의 경우 벤처기업은 고사하고 일반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울로 이전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도 않고 당시에는 벤처붐이 정치적인 패션으로 인식됨에 따라 정부부처들과 온 지방자치단체에서 창업보육센터를 경쟁적으로 설립한 결과 숫자는 많아졌지만 자립할 수 없는 많은 벤처기업을 양산했다.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전국민을 벤처투자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벤처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특성이 있다. 국민들은 위험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고수익만 생각함으로써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투자금을 날렸다. 정부는 벤처투자 유치에는 적극적이었지만 국민들에게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인식시키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투자유치금을 내돈처럼 마구쓰거나 부동산투자를 하는 등 부도덕한 벤처기업의 이야기는 비일비재하다. 또 사업이 거덜이 나도 투자자에게 회사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다음부터 누가 다시 투자를 하겠는가.
그렇다면 이제 벤처에 대한 비전은 없는가. 결국 사람이 자원인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은 기업을 살리는 길이다. 기업을 살리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세계적인 산업동향이 심상치 않다. 특히 중국의 IT산업 수준이 우리의 턱밑까지 올라와 있으며, 앞으로 수년 안에 우리를 추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시행착오를 개선하여 재도약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 세계적인 스타벤처들이 계속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기업이 비전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성공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을 선별해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실력없는 벤처는 더 이상 지원할 필요가 없다. 두번째는 창업보육센터의 지원을 시설 등 기초적인 지원형태에서 벗어나 한차원 높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전문 컨설팅기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스타벤처를 더욱 많이 창출해 이들로부터 대가를 받아 자립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기업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세번째는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발주기관들이 이를 준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겠다. 매출이 없는 벤처기업이 수주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와 같은 저가입찰방식의 제도로는 기업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기관부터 지키지 않는 현재의 상황부터 개선해야 한다. 네번째는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수주를 했지만 자금이 없어 생산을 할 수 없는 벤처기업들에 기술인증서나 계약서를 담보로 금융대출을 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해 해당 벤처들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자금이나 기금은 많아도 벤처기업은 매출이 없어 자금조달에 관해서는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끝으로 수출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여 국제적인 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겠다. 시장수요와 틈새시장을 파악하여 제품을 특성화하고, 해외 네트워크 활용과 현지화 추진전략으로 마케팅 기반을 구축하며, 수출벤처에 대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할 때, 우리의 벤처가 세계적인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티브를 마련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유병배 안양과학대학 테크노경영정보학부 교수 b2yoo@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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