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생산 현장이 늙어간다"

신규 채용 급감…젊은 인력 크게 줄어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인 구미공단에는 최근 청년실업난을 반영하듯 젊은 인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주요 대기업의 핵심 사업장을 제외하면 유니폼을 입은 20대 젊은이들이 공장을 메우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계·중공업·조선 산업의 중심지인 울산·창원공단에는 대형 기계와 밤새 씨름하고 용접기를 들고 땀을 흘리던 한국의 젊은이들 대신 외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8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한 삼성전기. 이 회사의 평균 연령은 지난 2000년 25.7세, 2001년 27.9세에서 2002년 29.4세, 2003년 6월 현재 30.1세로 계속 높아졌다. 3년 6개월 만에 평균 연령이 4.4세나 늘었다. 이 회사는 사원(간부 제외)의 근속 연수도 2000년 3.8년이었으나 올 6월에는 5.8년으로 2년 늘었다.

 필름·미디어·화학·정보통신 등 대규모 사업장을 보유한 SKC도 평균 연령과 근속 연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SKC는 비정규직이 거의 없는 데다 호봉제의 영향으로 부대비용과 복지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어 임금 부담이 심하다”며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생산현장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최근 노동운동의 활성화, 비정규직 고용 둔화 등으로 노동 유연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다 제조업 경기침체로 인한 신규채용 감소로 제조업 노동자의 평균 연령과 근속 연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활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생산 고정비가 늘어나는 등 비용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2년 신규채용률, 이직률, 퇴직 및 해고율은 각각 2.39%, 2.54%, 2.13%로 IT 및 제조업이 호황을 보였던 지난 2000년 2.55%, 2.59%, 2.17%에 비해 모두 줄었다.

 그나마 전자 및 부품소재 산업의 경우 평균 연령이 30∼40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철강·조선 등 중공업은 이미 40세를 넘어 전체 제조업의 고령화 현상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사업장을 거느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일수록, 벤처창업과 이직이 쉽지 않은 전통 제조업일수록 고령화 추세는 뚜렷하다. 심지어는 대리급 이하 사원보다 과장급 이상 간부의 비율이 더 높은 회사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일본이 각 산업에서 한국의 추월을 허용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고령화였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이대로 계속 고령화가 진행돼 한국 최대의 무기인 역동성마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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